일본 제작사가 만든 첫 K뮤지컬 ‘오즈’ 호평 속 순항
한국 법인 아뮤즈 코리아 제작
키요야마 대표 “20년 넘게 한국에
투자하고 네트워킹 구축한 결과”
지난 7월 서울 대학로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즈’(~9월 17일까지 티오엠2관)는 해외 제작사가 한국에서 직접 만든 첫 창작뮤지컬이다. 일본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뮤즈의 한국 법인인 아뮤즈엔터테인먼트가 2021년 한국뮤지컬협회 ‘창의인재동반사업’ 대본 리딩 쇼케이스에서 직접 이 작품을 발탁한 뒤 인큐베이팅을 거쳐 무대에 올렸다. 한국 영화계와 드라마계에서는 해외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직접 제작이 흔하지만, 공연계에서는 뮤지컬 ‘오즈’가 처음이다. 이번 작품의 프로듀서는 아뮤즈엔터테인먼트의 키요야마 코즈에 대표다.
판타지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오즈’는 VR(가상현실)게임 오즈를 배경으로 인간과 게임 속 AI(인공지능) 캐릭터의 우정을 그렸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김솔지, 작곡가 문소현, 연출가 박지혜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배우 강찬 이승헌 송유택 윤은오 등이 캐스팅됐다.
그런데 아뮤즈엔터테인먼트는 자체 제작한 첫 K뮤지컬 ‘오즈’에 대한 국내 평가와 반응을 우선시하며 회사명 노출에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오즈’는 개막 이후 지금까지 유료 객석 점유율 70%(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를 기록했으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관객 반응도 더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키요야마 대표는 “뮤지컬 ‘오즈’의 성과는 20년 넘게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투자하고 네트워킹을 구축해온 아뮤즈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의 성과가 나쁘지 않지만, 아뮤즈의 목표 지점은 더 멀리 있다”고 밝혔다.
아뮤즈는 1978년 연예인 매니지먼트로 출발해 TV, 영화, 공연,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인 오사토 요키치 아뮤즈 회장은 1997년 한국을 처음 방문해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창환과 친분을 쌓았다. 1999년 2인조 그룹 클론의 일본 진출을 도운 오사토 회장은 점차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가지면서 2000년 아예 한국 법인 아뮤즈 코리아(아뮤즈엔터테인먼트의 전신)를 설립했다. 당시 한류가 형성되기 전에 아뮤즈는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엽기적인 그녀’ 등을 일본에 배급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일본에 소개하던 오사토 회장은 점차 한국 뮤지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6년 오디컴퍼니의 뮤지컬 ‘지킬&하이드’를 일본에 소개한 아뮤즈는 이후엔 한국 창작뮤지컬들을 선보였다. 2013년 도쿄에 아뮤즈 뮤지컬극장을 열고 1년간 ‘카페인’ ‘풍월주’ 등 7편을 선보였으며, 같은 해 한국에서 창작뮤지컬 ‘뮤직박스’ 제작에도 투자했다. 비록 뮤지컬극장과 투자가 적자로 끝났지만, 아뮤즈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 ‘어쩌면 해피엔딩’ 등 창작뮤지컬을 계속 일본에 선보였다. 지난해까지 아뮤즈가 일본에 선보인 한국 뮤지컬은 20편에 달한다. 그리고 올해 3월 라이선스를 직접 구입해 일본어 프로덕션으로 ‘마리 퀴리’를 선보였다. 2007년 ‘달고나’ 라이선스를 구입해 만든 ‘라무네’가 원작 포맷만 활용한 만큼 ‘마리 퀴리’는 아뮤즈의 첫 한국 창작뮤지컬 라이선스 프로덕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마나키 레이카는 올해 요미우리 연극대상의 ‘상반기 여배우 베스트5’에 선정됐다.
아뮤즈에서 10년 이상 한국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해온 키요야마 대표는 “2019년 아뮤즈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된 이후 한국에서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자고 오사토 회장님께 건의해 승인을 받았다”면서 “20년 넘게 한국 법인을 운영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시행착오야말로 아뮤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한국에서 콘텐츠 제작에 나선 아뮤즈의 첫 결과물이 바로 ‘오즈’다. 아뮤즈는 머지않은 시기에 일본에서 ‘오즈’의 일본어 프로덕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아뮤즈는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과 또 다른 창작뮤지컬을 개발하는 한편 내년에 한국 웹툰 ‘칼가는 소녀’ 원작의 동명 드라마를 OTT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키요야마 대표는 “요즘 콘텐츠는 글로벌화 시대에 맞게 다양한 국적의 파트너들이 모여 공동제작하는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 서로 힘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아뮤즈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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