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업무 대화만 나누는 나···‘부적응자’일까요? [오늘도 출근, K직딩 이야기]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8. 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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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전문가들은 회사 내에서 소통을 강화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매경DB)
# 직장인 A씨는 소소한 이야기, 이른바 ‘스몰토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아닌 사람과는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 편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A씨는 입사 때부터 회사 사람들과는 친해질 생각이 없었다. 주어진 일만 처리하고, 동료와의 대화는 업무와 관련이 있을 때만 나눴다. 회사 생활과 사생활을 철저히 분리하고자 했다. 업무 능력이 좋았기에 굳이 회사 동료들과 어울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A씨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진급 심사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심사 전 열린 면담에서 A씨의 상사는 “일을 아무리 잘해도 회사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결국에는 한계가 온다”고 충고를 날렸다. 이어 “일은 A씨보다야 못하지만 다른 동료와 잘 어울리는 직원들이 오히려 평판이 좋다”고 덧붙였다. 면담 이후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오랜 신념을 버리고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려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일만 잘하는 직원으로 남을지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과 사를 분리해라.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공적인 업무 관계와 동료 사이의 친분에 적절한 거리를 둬라는 의미로 쓰인다. 업무 능력보다는 사회 생활로 진급하려는 회사원들에게 경고성 문구로 쓰이는 문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공과 사를 지나치게 분리하는 직원들이 많아 골머리를 앓는다. 개인주의·능력우선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가 회사에 다수 들어온 탓이다. 또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사적 대화’가 근절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인사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일을 잘한다는 의미에는 업무를 잘한다는 것 외에, 사회 생활도 원활하다는 뜻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업무 처리 능력만 좋은 인재는 실무에서는 흠 잡을 일이 없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만 처리하면 된다.

문제는 그 후다. 언제까지나 현장에만 있는 직원은 드물다. 시간이 지나 승진을 하면 관리자급 업무를 맡아야 한다. 관리자는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아래에 있는 직원을 이끄는 ‘리더’다. 회사 내에서 네트워킹이 잘 갖춰진 사람일수록 관리자 직책에서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를 통해 직장인 827명을 대상으로 ‘기업(인)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경영진의 리더십 유형으로 ‘소통형(77.9)’이 꼽혔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카리스마형’은 13.9%,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업무 처리 시 자율성을 부여하는 ‘위임형’은 8.2%에 그쳤다. 방임하고 일만 하는 리더보다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리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임원은 “관리자급은 솔직히 일을 잘하는 것보다, 소통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소통 능력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밑에서부터 많은 동료와 끊임없이 네트워킹을 하며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닦는 능력이다. 사내 네트워킹을 등한시하는 사람들은 직책이 높아질수록 경쟁력을 상실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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