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x' 가격, 원가 1.5배로 매긴다…"AI, 추가적 가치 있다면 별도 보상"
급여·비급여 여부, 업체 선택에 맡겨
디지털 치료기기(DTx)와 인공지능(AI) 영상 진단 의료기기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세부 내용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선별급여와 비급여를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운데 DTx는 원가 대비 1.5배가량의 금액이 책정될 전망이고, AI는 별도의 보상을 위해서는 기존의 의료행위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는 점을 입증토록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의료기술 관련 DTx와 AI의 건강보험 등재 가이드라인을 제·개정해 배포한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DTx·AI 임시등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며 건보 적용이 가시화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번에 제·개정된 가이드라인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를 거쳐 고시된 혁신의료기술의 신속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을 통한 근거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학회 및 협회, 전문가, 시민단체, 산업계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혁신의료기술 건강보험 등재 절차 ▲임시코드의 결정 신청 절차와 방법 ▲비급여 관리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DTx와 AI 의료기기의 경우 승인까지의 단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속적 노력 속에 국내 규제가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허가 이후 상용화 단계에서는 관련 규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서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왔다. 실제로 AI 의료기기의 경우 첫 허가 이후 5년이 지났음에도 국내에서 일부 기기가 비급여로 쓰이는 데 그치고 있다. 대부분 AI 의료기기 업체가 국내보다는 규제가 갖춰진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매출 비중 역시 해외가 더 큰 기형적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도 하다.
우선 DTx의 앞서 수가 적용에 있어 업체에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10%) 선택권을 주기로 한 기조가 유지됐다. 업체가 디지털의료 평가를 신청할 때 선택권을 부여하고, 급여를 신청하는 경우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디지털의료 전문평가위원회가 평가토록 했다. 기본적으로 식약처로부터 DTx로 허가받고, 의사의 처방을 통해 쓰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선별급여는 치료 효과성 또는 비용효과성 등이 불확실한 경우 본인부담률을 높여 급여화하는 제도다. 대체할 수 있는 기존의 의료기술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DTx의 실세계자료(RWD) 등이 확보되지 못한 만큼 선별급여를 적용해 효과성 입증을 장려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급여를 받지 않고 비급여를 통해 시장 내에서 평가받기를 원하는 경우 비급여도 가능하다. 하지만 비급여라 하더라도 요양기관별 비급여 금액을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투여 횟수 등에 대한 처방내역 청구를 의무화해 오남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실제 이슈가 발생할 경우 비급여 제한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DTx 업계에서는 아직 산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건강보험에 편입돼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저변을 넓히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선별급여에 대한 선호가 더 높은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것인 만큼 공신력을 가질 수 있고, 환자 또한 어느 정도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실제 의료기관에서는 비급여를 선호할 가능성도 커 실제 급여·비급여 여부 선택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할 전망이다.
처방 및 교육(처방료), 사용 후 평가(효과평가료) 등의 의료행위료와 DTx 사용료로 나뉘어 구성될 예정인 가격은 이날 개발원가에 대한 산정기준이 함께 공개됐다. 우선 제품개발비와 직접경비를 더한 개발원가를 3년 예상 사용자 수로 나눈 '단위당 개발원가' 개념을 적용한다. 여기에 단위당 개발원가의 25%로 책정된 이윤, 유지관리비, 부가가치세 등을 모두 합쳐 단위당 개발원가 대비 151~158% 수준의 최종 금액이 나오는 산식이 향후 적용될 전망이다.
AI 기술이 적용된 의료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급여 여부는 기본적으로는 DTx와 유사하지만 유사한 범주별로 분야를 구분해 기존 수가에 추가(add-on) 형태로 가산수가를 매기는 방식의 보상이 이뤄진다.
DTx와 달리 여기서는 해당 행위의 성격 및 성능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함께 제시됐다. 심평원은 "기존 급여 항목에 포함된 인간에 의한 분석, 판독 등과 유사한 행위로 확인되고, 행위의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수준의 근거로 기존 행위 대비 열등하지 않은 정확성 등이 입증"되는 경우 기존 급여로 인정토록 했다. 반면 '기존 고가 의료행위를 대체'하거나 '해당 검사의 일반적 역할 범위 외 새로운 정보 제공', 추가로 잠재적 가치 평가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으로 인정토록 했다.
심평원은 이에 더해 추후 정식 등재에 대한 계획까지 나왔다. 별도 보상에 대해서는 '기존 행위 대비 현저한 진단 능력의 향상', '새로운 진단적 가치 창출 또는 치료효과성', 그리고 이에 더해 '비용 효과성을 입증한 경우'에 주어지도록 했다. 특히 어떤 진단을 인간보다 훨씬 잘 찾는 AI라 하더라도 이외의 다른 질환을 함께 찾아내는 등의 추가적 성과가 없다면 현행 판독료보다 더 높은 수가나 가산 등의 형태로 보상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정영애 심평원 급여등재실장은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혁신의료기술의 건강보험등재 제도를 쉽게 이해하고, 임시등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앞으로 혁신의료기술의 임시등재 산정기준, 명세서 청구 방법 등 세부 운영지침을 추후 공개하고 혁신의료기술이 건강보험 제도 내에서 활용·평가될 수 있도록 현장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계속 보완할 예정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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