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살해예고글’… 法 "협박죄인지 검토 필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해 예고한 글을 인터넷에 올린 행위와 관련, 재판부가 협박죄가 성립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흉기난동이 벌어진 서울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고 실제로 흉기를 주문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6)의 사건에서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살인예비 및 협박,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30대 남성 A씨가 지난 22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재판부는 협박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해 "협박성 표현이 도달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글을 직접 보지 않은 신림역 인근 상인 등은 게시글보다 기사로 알게 됐을 것 같다"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댓글·문자·카카오톡 등을 통해 특정한 한명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글을 올린 것도 여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씨 글로 협박당하거나 불안해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검찰은 "스포츠경기 중계 사이트에 (협박성) 글을 반복해 올린 사람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며 "피고인이 게시한 글을 직접 본 여성 이용자들은 피고인이 동일 IP 주소로 계속 글을 올려 공포심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본인의 혐의 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이씨는 지난달 24일 신림역 인근을 지나는 여성을 살해할 목적으로 길이 32.5㎝의 흉기를 구매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가 게시글 열람자들을 위협했다고 보고 협박 혐의, 여성 혐오성 글을 쓴 점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흉기를 구매하고 휴대전화로 살인범 유영철, 이춘재, 전주환의 얼굴 사진이나 '묻지마 살인'을 망설이는 그림을 검색한 사실 등엔 살인예비 혐의가 적용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