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9조원 낼라…유럽 페북·인스타 '사용자 추천' 사라진 이유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에 불법 콘텐트 확산의 책임을 묻고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이 25일(현지시간) 시행된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의 정보에 기반한 '자동 추천 기능'을 제거하거나 '불법 콘텐트 신고란'을 추가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 DSA에 저촉될 경우 전례없는 법적 조사로 이어질 수 있어 관련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 위반 철저히 제재할 것"
로이터통신과 이코노미스트, 미국 정보기술 전문 매체 버지 등에 따르면, EU는 이날부터 DSA를 본격 시행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한 DSA는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020년 12월 처음 제안했다.
지난해 4월 유럽의회와 이사회가 법안 내용을 채택했고, 같은해 7월 유럽회의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제화가 모두 마무리됐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본격 시행 전까지) 각 기업이 시스템을 조정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한만큼, 앞으로 DSA 위반 사항을 철저히 조사하고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EU 역내에서 월간 사용자수가 4500만 명 이상인 빅테크 기업이다. 구글·알리바바·아마존·애플·부킹닷컴·링크드인·틱톡·X(옛 트위터)·유튜브·스냅챗·위키피디아 등 19개 업체에 DSA가 적용된다. DSA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글로벌 연간 수익의 최대 6%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메타의 경우 약 7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에 달한다.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할 경우, EU 전역에서 회사 운영이 완전히 금지될 수 있다.
빅테크 책임 강화, 사용자 보호 목적
DSA는 빅테크 기업의 운영 책임과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어린이·청소년을 타깃으로 '맞춤형 광고'를 하거나, 인종이나 성별, 종교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개별적으로 콘텐트를 추천하는 것 등이 금지된다. 또 차별·편파 발언, 테러, 아동 성학대 등이 포함된 유해 콘텐트가 플랫폼에 유통될 경우, 규제 기관이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EU 회원국별로, 해당 언어에 능통한 콘텐트 조정자를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유럽은 이제 플랫폼 회사가 '자유이용권' 혜택을 받지 않는 세계 최초의 관할권이 됐다"며 "그들은 이제 금융기관과 같은 방식으로 규제를 받는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메타는 DSA 규정 준수와 관련 업무에만 직원을 1000명 이상 배치했다. 닉 클레그 메타플랫폼 사장은 지난 22일 "EU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메타의 플랫폼에서 새로운 옵션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이 자동 추천하는 콘텐트를 꺼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대 사이에 인기 있는 메신저앱인 스냅챗은 광고주들이 더 이상 EU와 영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광고를 전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은 지난 4일 유럽에서 사용자 맞춤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관심사에 기반한 콘텐트가 아니라 '거주지 및 전 세계 인기 동영상'이 라이브 피드에 노출된다. 위키피디아는 최근 서비스 약관을 수정 중이다.
업계 "브뤼셀 효과, 예의 주시"
빅테크 기업들은 DSA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개편 작업을 하는 동시에, DSA가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서 EU는 2018년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발효했고, 이것이 전 세계 개인 정보보호법의 모델이 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DSA는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 주권을 박탈하는 법"이라며 "업계는 EU의 규제 당국이 디지털 영역에서 글로벌 표준을 설정한 GDPR의 '브뤼셀 효과'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일부 기업은 DSA에 항의하며 EU와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아마존과 독일의 잘란도는 EU 집행위를 상대로 DSA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범 내려온다' 뛰어 넘었다...'5억뷰' 이정재 이 영상, 어땠길래 | 중앙일보
- '51세 아줌마'가 일냈다…24세女 제치고 우승한 '근육 여왕' | 중앙일보
- 고창 4만평 농원은 거대 작품…매일 회장님의 '100년 컬렉션' | 중앙일보
- 이번엔 인천서 '양손너클 폭행'...신원 확인 뒤 귀가시킨 경찰 | 중앙일보
- 살인·살인미수 4범의 살인...사형선고 받자 "검사 놈아 시원하제?" | 중앙일보
- 거긴 ‘죽음의 약국’이었다…해열제 대란 뒤 인도의 실체 | 중앙일보
- 자우림 김윤아, 오염수 방류에 "블레이드러너 현실 됐다" | 중앙일보
- [단독] 조선일보에 "조민 삽화 자료 내라"…조국 손 들어준 이균용 | 중앙일보
- "우리 어머니가 아닌데…" 국립대병원 장례식장 황당 실수 | 중앙일보
- 70대 노인 쓰러져 비명…9호선 급행 '퇴근길 탈출' 무슨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