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어딨어" 화장실 뒤진 野…허은아 "국회서 런닝맨 찍냐"
‘새만금 잼버리 파행 사태’를 따져 묻겠다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여당 측 불참으로 끝내 파행했다. 국회에 나온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회의장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을 찾겠다며 화장실 수색전까지 벌였다.
25일 열린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는 일찍이 파행이 예고됐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출석을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한 탓이다. 여가위 야당 간사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이날 개회(오전 9시) 직전까지 “오늘 여가위 회의는 그대로 진행한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겠다”고 밝혔지만, 김 장관과 여당 여가위원들은 끝내 본청 5층 회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야당 여가위원들이 김 장관을 찾아다니느라 개회마저 30분 남짓 미뤘다. 야당 위원의 대책회의 도중 여가부가 “김 장관은 여가위 불참 통보를 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 출석 대기 중”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배포한 게 발단이 됐다. 누군가 “찾으러 가자”고 말했고, 민주당 소속 권인숙 위원장과 야당 여가위원들은 5층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권 위원장은 회의실 앞 복도서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을 발견했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잠깐 오시라”라는 권 위원장 요청을 무시한 채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고, 양이원영 의원이 따라 들어가 조 대변인의 등을 떠밀어 입구로 데리고 나왔다. 권 위원장이 “(김 장관이 있는 곳으로) 같이 갑시다”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조 대변인은 “이러지 마십시오”라는 대답만 되풀이하며 화장실을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국무위원 대기실이 있는 본청 3층에도 내려가 봤지만 김 장관 찾기엔 끝내 실패했다. 한 여가위원은 중앙일보에 “알고 보니 우리가 찾으러 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김 장관이 차량으로 숨어버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빈손으로 마무리된 수색전 끝에 여가위 전체회의는 야당 위원들만 참석한 채 열렸다. 야당 위원들은 의사진행발언서 김 장관을 향해 “지금 화장실에 숨어 있는 건가? 어디에 숨어 있나?”(양이 의원), “국민을 능욕하는 태도고 거의 사실 놀리는 느낌이 드는 정도의 심각하게 문제적인 태도”(권 위원장)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결국 오전 회의는 “정식 출석 요구를 해야 국회법으로 장관의 불출석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가 있다”는 한준호 의원 제안에 따라 ‘출석요구의 건’을 추가로 상정해 의결했다.
하지만 출석요구서 발부 뒤에도 김 장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개된 회의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여가위가 김 장관에게 이 책임을 두고두고 분명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며 “국회 증감법 제5조에 따라 김 장관에 증인 출석요구서를 송달해달라”고 말했다. 국회 증감법은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권 위원장은 “분노를 누르기 힘들다. (김 장관) 해임건의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해보겠다”며 산회를 선언했다.
이날 소동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화장실까지 쫓아가서 여가부 대변인을 괴롭히는 건 또 무슨 경우냐”며 “왜 국회에서 런닝맨을 찍으시는지 모르겠다. 국민들 마음 같아서는 경내 방송으로 모두 ‘OUT’ 시키고 싶으실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한 질책은 거의 없었다. 여당 위원들은 박보균 문체부 장관에 “K팝 덕분에 겨우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체부가 잼버리 수습을 그나마 잘했다”(황보승희 의원), “긴급한 상황에서 참 대처를 잘해 준 우리 문체부를 제가 칭찬하고 싶다”(배현진 의원)는 등 덕담을 건넸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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