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임 사망' SPC 계열사 대표에 중대재해법 적용... 대표·공장장 등 4명 기소

김민정 2023. 8. 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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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끼임 사망 사고가 일어난 경기도 평택시 SPL 제빵공장 전경. 같은 달 24일 합동 감식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의 책임자 4명이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강동석 SPL 대표이사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지만, SPL의 모회사인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에는 안전보건 의무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판단해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 김윤정)가 강 대표, 공장장 그리고 중간 책임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공장은 상시 근로자 1135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양벌조항에 따라 SPL 법인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15일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A씨는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원료를 넣어 배합하는 작업을 하던 중 몸이 기계 안에 빠져 숨졌다. 조사 결과 소스를 섞는 과정에서 재료가 뭉칠 경우 사람이 직접 손을 넣어 풀어줘야 하는데, 이 작업을 하던 중 상반신이 말려 들어가면서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2월 강 대표를 비롯한 공장 관계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노동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 권한이 있는 경기고용노동지청도 같은 달 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 중 A씨와 함께 근무하던 생산직 노동자 1명을 제외하고 강 대표 등 간부급 4명과 SPL 법인이 A씨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한 것은 법인과 강 대표가 ▶지난해 2월과 8월을 포함해 최근 3년간 12건의 끼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관리감독자를 형식적으로만 지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에게는 공장장 등 3명의 공장 관계자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노동자가 2인 1조로 근무해야 함에도 혼자 근무하게 하고 ▶2013년부터 덮개 개방 시 기계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인터록 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해 발생 이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라며 “경영책임자가 규정만 만들고 형식적인 절차 이행에 그치는 경우도 형사 처벌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평택시의 SPL(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같은 달 21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숨진 A씨의 유족들은 허영인 SPC 회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계열사만 십여개”라며 “실제 사업에 관여를 해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 책임자로 인정할 수 있는데 허영인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SPC 계열사인 경기도 성남시 소재 샤니(이강섭 대표이사) 제빵공장에서도 지난 8일 50대 여성 직원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지난 11일 해당 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12일에도 손가락 절단과 골절 사고가 일어나 같은 공장에서만 1년간 세 차례나 사고가 발생했다.

한편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최경서)는 지난해 12월 계열사 부당지원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속된 허영인 회장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허 회장은 2012년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적정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삼립에 팔아 파리크라상과 샤니에 각각 58억원, 121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허 회장 측은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오히려 대주주 일가가 손해를 봤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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