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핵공습·우주·가짜뉴스…北 4대 위협, 한·미훈련에 반영됐다
지난 21일 시작돼 31일까지 이어지는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에서 ‘드론’, ‘핵공습’, ‘우주’, ‘가짜뉴스’라는 4개 키워드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북한의 새 위협 요소를 반영해 연합연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육·해·공에 민·관·군·경도 함께 하는 대드론 작전
지난 23일 오후 광주 북구청 상공에 뜬 정체 불명의 드론이 폭발물을 떨어뜨리자 청사 내 사람들의 대피가 시작됐다. 총기를 든 적군 병사 3명이 청사 안으로 들어간 데 이어 경찰과 육군이 출동했다. 중무장한 군사경찰대는 이들 적군을 끌어냈고, 소방대원들은 폭발물에서 시작된 화재를 진화했다.
UFS를 계기로 열린 테러 대응 훈련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태 후 대드론 작전을 주요 과제로 삼은 군 당국은 이 같은 훈련을 이번 연합연습에 대거 포함시켰다. 육·해·공군은 북한의 드론 공격을 상정해 다양한 형태로 민·관·군·경 통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 대청댐에서도 드론 격추가 포함된 테러 대응 훈련을 벌였다. 육군 37사단이 주축이 된 해당 훈련에서 공군 17전투비행단은 댐을 공격하려는 적의 자폭 드론을 전파를 차단하는 재머(Jammer)로 추락시켰다. 드론 공격과 함께 댐 사무실로 침입한 무장 괴한을 진압하기 위해 군은 정찰 드론을 띄워 건물 상황을 살폈다. 수자원 시설 등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한 북한의 드론 위협을 놓고 민·관의 통합 조치를 다각도로 점검해보자는 취지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군도 지난 23일 대구 인근 지역에서 북한 대공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공군의 주력 비행단이 위치한 이곳이 유사시 북한의 주요 침투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북한 저속항공기 AN-2와 무인기 등의 침투를 상정했다. 해군 역시 지난 22일 제주 지역에서 드론 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 핵공습 대비 사상 첫 핵민방공 훈련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전국 단위 민방위 훈련이 2017년 이후 6년 만에 열리면서 북한의 핵공습 상황을 상정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사실상의 ‘핵민방공 훈련’이 처음 열린 건데, 정부는 이번 계기로 국가 핵민방위 체계를 을지연습의 평가 항목으로 올렸다고 한다.
여기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핵 사용 상황을 중심으로 철저한 연습이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3일 행정안전부는 민방위 경보에 기존의 ▶경계경보 ▶공습경보 ▶화생방 경보에 핵 경보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아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기도 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사용 문턱’이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전국민적 비상 대비 태세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 5월 31일 수도권에 울린 북한 발사체 경보를 놓고 우왕좌왕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휴전 이후 처음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떨어뜨렸을 때도 뒤늦은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민방위의 정의에 '핵방호'를 명시하고 핵 방호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민방위기본법 등 5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래식 무기나 화생방 테러에 대비하는 기존 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본토 우주군 첫 참가…우주작전 본격화
이번 UFS엔 미 본토 우주군이 처음 참가하고 있다. 미 본토를 겨냥하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염두에 두고 한·미가 통합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북한 ICBM이 우주공간을 비행할 때 통신정보를 교란하고 수집하는 능력을 시험해보겠다는 뜻이다.
지난 22일에는 UFS를 계기로 전시 민·관·군 우주자산의 통합 활용을 논의하는 회의가 국방부 주관으로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처음 열렸다. 감시·정찰, 통신, 항법위성 등 우주자산의 수요가 전시에 급증하는 상황을 설정해 민·관·군의 통합 능력과 절차를 논의하는 일종의 토론식 도상연습(Table-Top Exercise·TTX)이었다. 예컨대 위성 영상에 대한 수요가 전시에 늘어난다고 할 때 각 기관별로 지원 가능한 방안이 무엇인지 내놓고 실제 대응 능력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북한이 지난 24일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에 이어 오는 10월 3차 발사를 예고한 상황과도 연관된다. 우주 영역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또 하나의 대북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이 군사 훈련 정례화를 약속하면서 우주 분야에서 공조를 약속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군 당국자는 “우주자산을 통해 감시·정찰 능력을 향상하는 것 역시 대북 억제에서 중요하다”며 “우리 군은 오는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짜뉴스’ 대비, 구체적·실질적 시나리오 연습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을지연습을 통해 적의 가짜뉴스와 위장 평화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와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 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데프콘(방어준비태세) 단계를 높여가며 각 부처·지방자치단체 등과 세밀하면서도 다양한 상황을 부여해 역할 수행 연습을 실시했다. 유사시 주한미군 철수 같은 실시간 가짜뉴스에 주요 언론사마다 파견된 비상기획관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합을 맞춰보는 식이다. 군 관계자는 “과거 을지연습 때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하달됐다”며 “북한발뿐 아니라 국내에 잠입한 반국가단체의 유언비어와 선전선동에도 대비해 더욱 실질적인 내용으로 연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강태화·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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