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 키워놓고 '강제키스' 몰락…스페인축구협회장 아이러니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우승 직후 자국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춰 논란이 된 스페인축구협회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퇴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을 지켜본 그의 위상은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 비위'로 땅에 떨어졌다.
AFP통신, ESPN 등 주요 외신들은 25일 루비알레스 회장이 협회에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2023 여자 월드컵 우승 직후 시상식에서 자국 대표팀의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에르모소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직접 밝히자 뉴욕타임스, 엘파이스 등 세계 유력 매체들이 '동의 없는' 성폭력의 일환이라 비판하며 불을 붙였다.
이후 스페인 총리, 장관 등 정치권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질타가 이어졌다. 스페인 여자축구리그·선수협회는 퇴진을 요구했고, FIFA도 징계를 예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여자축구를 지금의 위상에 올려놓은 핵심 인물이다. 그동안 그는 여자 대표팀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 적극 힘써왔다.
지난해 6월 15일 루비알레스 회장은 여자 선수들에게도 2027년까지 월드컵,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주요 대회 참가에 따른 포상금을 남자 선수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지급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2018년 취임 당시 "모두를 위한 협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그는 이 협정을 발표하면서 "여성 스포츠를 장려하며 남성 스포츠와 간극을 좁히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현역 시절에도 '선수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2010년부터는 선수 노조 격인 스페인축구선수협회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권리 보호에 앞장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 시기 루비알레스 회장은 국가대표 선수 처우 개선을 위해 두 차례 '파업'을 주도했다.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라리가)가 중계권료의 일부를 선수들에게 지급하도록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스페인축구협회 수장이 된 후 중점은 둔 분야가 여자축구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자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여자축구 분야 예산을 4억600만유로(약 5804억원)로 전년 대비 3배가량 늘린 것도, 자국 최상위 리그에 최저 임금제를 도입한 것도 루비알레스 회장이었다.
루비알레스 회장 체제에서 스페인 여자팀은 꾸준히 성과를 냈다. 2018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열린 유럽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8강에 올랐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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