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맴돌며 세지는 9호 태풍 사올라…'늦여름 악몽' 한국 긴장

정은혜 2023. 8. 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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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천리안위성 2A호가 촬영한 한반도 주변 모습. 사진 하단부 중앙 대만 남쪽 해상에 9호 태풍 '사올라'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사진 국가기상위성센터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9호 태풍 ‘사올라’의 진로에 기상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오후 3시 발생한 사올라는 25일 현재 일반 수준의 태풍 강도로 필리핀 북동쪽 해상에 머물고 있다. 태풍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지향류’의 부재로 사올라는 당분간 이 지역을 맴돌 전망이다. 보통 태풍이 같은 지역을 맴돌 경우에는 세력이 약화하는데, 현재 필리핀 북동쪽 해상의 수온이 매우 높아 사올라의 세력은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올라는 베트남의 희귀 동물에서 따온 이름이다.


‘매우 강’ 상태로 북진하는 사올라


기상청은 사올라가 26일 오전 3시 태풍 강도 ‘중’으로 세력을 키우며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27일 오전 3시 마닐라 북동쪽 약 430㎞ 해상에서 ‘강’으로 발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9일 오전 3시부터는 ‘매우 강’ 상태로 북서진을 시작할 전망이다. 30일 오전 3시에는 마닐라 북북동쪽 약 730㎞까지 ‘매우 강’ 상태를 유지하며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진로는 예상하기 어렵다.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제6호 태풍 '카눈'이 할퀴고 지나간 11일 오전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에서 농민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사올라가 30일 이후에도 북서진을 계속한다면 대만과 중국 상해 부근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지만, 7호 태풍 ‘카눈’처럼 진로를 북동쪽으로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아직은 사올라의 30일 이후 진로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며 “27일 이후 예상 진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늦여름과 초가을에 심한 태풍 피해를 겪은 경험이 많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여름내 한반도를 덮다가 한반도 동쪽으로 물러나며 북태평양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온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동해 부근으로 북상해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02년 초가을 한국에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 ‘루사’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며 가장자리를 따라 북진해 한반도에 상륙했다.


태풍 ‘담레이’는 한반도 영향 없을 가능성↑


25일 현재 한반도 주변 기압계 모식도. 사진 기상청
한편 25일 오전 3시 괌 동북동쪽 890㎞ 해상에서 발생한 10호 태풍 ‘담레이’는 한국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이름인 담레이는 코끼리를 뜻한다.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 동쪽에 있는데,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담레이가 28~29일 도쿄 동쪽 해상과 삿포로 남부 해상을 지난 뒤 소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의 위치가 30일까지는 한국 쪽으로 확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담레이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다만 현재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양상이 매우 복잡해 태풍의 향후 진로 변동성도 크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한반도 북동쪽 중국 대륙과 일본 동쪽에 각각 거대 고기압이 위치한 가운데 중국 내륙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한반도를 종종 지나가며 궂은 날씨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북동쪽과 괌 북동쪽에서 태풍 2개가 연달아 발생한 것도 또 다른 변수다. 오는 28~30일 사이에는 또 다른 열대 저압부(태풍 발달 전 단계)가 10호 태풍이 발생한 괌 북동쪽 해상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말 폭염, 다음 주 궂은 날씨 예상


전북 전주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공원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 연합뉴스
기상청은 “이번 주말까지는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26~27일에 한반도는 대체로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기 때문이다. 낮 동안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고, 밤에는 해안가 일부 지역에서 열대야가 지속할 전망이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폭염 특보가 발효될 수 있다.

경상권과 강원 영동 지역에는 비가 산발적으로 내릴 수 있는 대기의 조건이 형성돼 있다. 다음 주 초(28~30일)는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 다만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의 남하 정도와 태풍 발달 정도,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정도에 따라 강수량과 강수 집중 구역의 변동성이 크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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