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오디션 통과 후 체대 입시 학원 두 달 다녔다"

이선필 2023. 8. 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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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 고윤정

[이선필 기자]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장희수를 연기한 배우 고윤정.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 9일 공개 이후 드라마 디즈니플러스 <무빙>의 상승세가 꾸준하다. 아직 전편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초능력자들의 영웅담인 줄로만 알았던 이야기가 청춘물에 로맨스 요소까지 더하며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는 것. 이중 배우 고윤정의 장희수와 이정하의 봉석, 김도훈의 강훈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초반이 제법 몰입도가 높다. 서로의 초능력, 그리고 가족사가 하나둘 공개되며 본격 사건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윤정은 이제 막 연기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인이다. 그에 비해 인지도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 홈>, tvN 드라마 <환혼> 등 글로벌 OTT와 대형 케이블 채널 등에 출연해왔기 때문이다. 미술학도에서 연기자로 전향 후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고윤정은 <무빙> 속 희수가 딱 평소의 자신과 닮아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역할을 따낸 고윤정은 그래서 희수 캐릭터를 꼭 하고 싶었다던 속내부터 전했다.

청년 배우들의 끈끈함

"강풀 작가님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였고, 현장에서 주는 지정 대본을 읽는 식으로 한다고 해서 그냥 갔다. 초능력이 있는 체대 입시생이라는 설정만 들었는데 혹시 몰라서 머리를 질끈 묶고 후드티였나 맨투맨을 입고 갔다. 제가 아직 즉석에서 대본 읽는 걸 어려워한다. 더듬거나 톤을 잘 못 잡는데 일단 받은 대본을 보니 희수 성격과 말투가 저랑 비슷하더라. 낯설지 않아서 막힘 없이 술술 읽게 됐다. 1부 대본 일부를 보게 되면서 정말 희수를 하고 싶어졌다. 정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붙은 게 아니라 총 두 번 미팅을 했다. 그 사이에 DC 영화인 <왓치맨>을 보고 갔다. 비가 자주 내리는 설정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실 마블 영화나 DC 영화 속 영웅은 인기도 많고 사람을 구하는 규모도 크잖나. 근데 <무빙> 속 캐릭터는 초능력자들이 특별한 게 아닌 특이한 것처럼 여겨져서 그 이면을 다루고 있더라. 히어로물을 좋아하는데 이런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구나 되게 신박했다."

그렇게 맡게 된 장희수는 어떤 충격에도 다치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예전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돕다가 괴물 취급을 받고, 지금의 학교로 전학오게 됐다. 무표정한 얼굴로 털털하게 상대를 대하는 희수의 개성은 오롯이 고윤정 자신에게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고통에 둔감하고, 좀 씩씩하고 털털한 게 비슷하다"며 "강풀 작가님이 상상한 목소리도 희수와 닮았다고 하더라"고 고윤정은 자세하게 닮은 점을 설명했다.

"모든 작품을 다 잘해내고 싶지만, 배우 입장에서 제 주변 지인을 봐도 딱 자신과 똑같은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근데 희수를 만난 거다. 거기에 류승룡, 조인성, 한효주 선배님들도 합류하시면서 부담이 생겼다. 나름 잘 준비하려고 체대 입시 학원을 두 달 정도 다녔다. 자세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 많이 공부했던 것 같다."
  
 고윤정은 <무빙>에서 체대입시생 장희수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실제 체대 입시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 디즈니 플러스 화면캡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고윤정은 일명 17대1 싸움신을 꼽았다. 학교 폭력에 노출된 친구 대신 일진 그룹과 맞서는 순간이었다. 원작에선 폭우에 상처가 씻겨 내려간다는 묘사였지만, 여건상 진흙탕 싸움으로 바뀌었고, 고윤정을 비롯해 당시 배우들 일부가 굵은 모래 입자에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 일화를 전하며 고윤정은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정하, 김도훈과의 친분 또한 강조했다.

"나 17대1 장면 찍은 사람이야! 이 말도 멋있는데, 사실 여자들에게 그런 장면과 대사를 쉽게 주진 않잖나. 영광이기도 했다. 당시 10월 말이라 바람이 불 때마다 춥고 교복 치마 차림이라 보호대를 할 수 없어서 더 까진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 힘든 점이 있었지만 제겐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이었다.

정하, 도훈 배우가 제 남동생과 동갑이다. 자연스럽게 누나 동생 사이가 되면서 편하게 지냈다. 한 달 동안 강원도 홍성 지역에 숙박하면서 학교 장면을 찍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같이 밥도 먹고, 촬영 쉬는 날엔 근교도 놀러다니고 그랬다. 17대 1 장면에선 정하 배우가 쉬는 날이었는데 패딩을 가지고 와서 응원해줬다. 그때 그 패딩이 정말 필요했는데 너무 감동했고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도훈 배우는 현장에서 막 에너지 넘치게 힘을 준다. 서로 함께 힘을 주고받으며 촬영한 게 너무 좋았다."

궁금함이 드는 배우

평소엔 휴대폰 카메라에 금이 가 있어도 모를 정도로 사진을 잘 안 찍는다지만 최근 글로벌 팬이 늘면서 고윤정은 촬영장 비하인드 사진들을 SNS에 올리곤 한다.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이다. "그런 사진에서 배우들이 현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이기도 한다"며 고윤정은 "<무빙>에서 봉석과 희수는 친하고 강훈은 동떨어져 보이지만, 현장 사진은 셋이 다 친한 모습이라 팬분들이 대리만족도 하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환혼> <스위트 홈> 등으로 유독 액션 연기를 선보일 기회가 많았던 그다. 검술에 이어 이번엔 육탄전까지 소화한 고윤정은 "하면 할수록 액션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본인이 생각해 둔 여러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말하곤 하는 것도 철저한 준비 덕이었다. 영화 <헌트> 출연 이후 이정재 감독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견을 막 내는 편은 아닌데 생각해 온 걸 당차게 얘기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저도 감독님을 믿고 따르는 편이라 디렉팅을 잘 소화하려고 한다. <무빙>은 그런 의미에서 제가 연기를 시작한 이후 가장 디렉팅을 적게 받은 작품이었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감독님이 믿고 맡겨 주신 것도 있고, 작가님도 희수 말투가 의도되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장희수를 연기한 배우 고윤정.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현대미술을 전공했고, 실제로 작가 준비를 하던 고윤정은 대학생 때 친한 언니의 권유로 한 대학잡지 표지모델을 했다가 연예계에 입문한 경우다. 5살 땐 발레를 했고, 중학교 입학한 뒤 미술을 공부하다가 예술고등학교 입시에 도전한 경험도 있다. "연기 생각은 전혀 없었던 때"였다던 그가 어떤 이유로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을까.

"대학잡지 모델 이후 여러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춤도 노래도 못하는데 그래서 못 한다고도 했다. 근데 지금의 대표님을 만났을 때 안 해보고 못한다고 하지 말고 해보는 게 어떠냐는 말에 모델도 하면서 영화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주 어리석은 이유로 그전까진 해외영화를 안봤었다. 자막을 읽기 싫다는 이유였는데 스물 두살 때 <타이타닉>을 보고 뒤늦게 감동받은 거지.

그 이후 거의 매일 밥도 거르면서 7편씩 봤다. 한 3개월 동안 700편은 본 것 같다. 그러다가 오디션을 보면서 조금씩 연기 매력을 알게 됐다. 작품으로만 알던 감독님을 실제로 뵈면서 정말 신기했고, 아 정말 내가 리그에 들어왔구나 느꼈다.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하면서 진지해진 것 같다. 이 길을 택한 것을 후회 안 한다. 미술도 그랬고, 제 성향이 후회를 잘 안 하는 편이다. 물론 힘든 점도 있는데 그걸 감내할 만큼 좋은 게 크다."

이제 날개를 펴기 시작한 그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는 말에 "궁금함이 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무언가 흥미를 느끼거나 호감을 가질 때 호기심이 기반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윤정은 "항상 뭔가 뻔하지 않은 궁금한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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