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가려내고 과거도 알아내고… 드라마 속 초능력 달라졌다

어환희 2023. 8. 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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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재생 능력, 비행, 염력, 사이코메트리… 요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초능력이다. 현실엔 없는 기이하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을 극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은 초능력을 가진 '카운터'들이 악귀를 물리치는 이야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사진 tvN]


일반적으로 극 중 주인공의 초능력은 악에 대항해 대의를 실현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경이로운 소문’(tvN)은 다양한 초능력을 지닌 ‘카운터’들이 악귀를 잡아들이는 이야기다. 괴력, 치유 능력 등을 지닌 카운터들의 조합은 초능력 종합선물세트 수준이다. 시즌1에선 정치인 비리, 갑질, 가정·학교폭력 등 사회적 문제와 연관된 악귀를 처단하며 한국형 히어로물로 불렸다면, 시즌2는 보다 강렬해진 악귀와 카운터 간의 대결을 그렸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드라마 속 초능력자들은 기존 시스템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풀어나간다”며 “캐릭터에 초능력을 부여해 어두운 현실을 타파해가는 건데, 그만큼 (대중들이 느끼는) 시대적 절박함이 투영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적의 형제’(JTBC)에서 타인의 고통과 절망을 온몸으로 감지하고 치유하는 초능력자 강산(배현성)은 사이비 종교와 아동학대의 피해자였고, 오는 10월부터 방영 예정인 ‘힘쎈여자 강남순’(JTBC)은 괴력을 지닌 주인공 강남순(이유미)이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정의 구현보다 일상 속 사용”…새로워진 초능력 드라마


요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초능력을 거대 악과 싸우는 무기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의 초능력 주인공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공 평론가는 "주인공의 초능력이 개인의 소소한 일상에서도 사용되는 모습이 그려지며 시청자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엔 초능력이 주로 영웅형 인물들에 주어졌다면, 요즘엔 평범한 인물의 초능력을 보다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황당무계한 초능력으로 사회와 세상을 구한다기보다는 현실적인 상처와 경험을 지니고 있는 (소시민적) 인물들이 나름대로 그것을 일상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힙하게' 속 봉예분(한지민)은 엉덩이를 만지면 과거가 보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게 된다. [사진 JTBC]


'소용없어 거짓말'(tvN)에서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아채는 주인공 목솔희(김소현)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기도 한다. 지난 12일부터 방영된 드라마 ‘힙하게’(JTBC)는 사람이나 동물의 엉덩이를 만지면 과거가 보이는 수의사 봉예분(한지민)이 주인공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얻게 된 사이코메트리 초능력을 통해 자신의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 주인들의 답답함을 해소해 주고, 납치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초능력자의 생활과 삶을 조명해 가족애와 휴머니즘, 포용성 등 보편적인 가치를 얘기하는 드라마도 있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디즈니+)이 그렇다. 드라마는 부모의 초능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부모와 자녀가 겪는 일들을 다룬다. 하늘을 나는 두식(조인성), 오감이 뛰어난 미현(한효주), 괴력·무한재생능력을 가진 주원(류승룡) 등 초능력자들은 남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쓴다. 미현은 아들에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고, 치킨집을 운영하며 딸을 키우는 주원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이사를 다닌다.

드라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부모와 자녀가 겪는 일들을 다룬다. [사진 디즈니+]


공 평론가는 “초능력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 나와 다른 것은 무조건 배척하는 사회, 획일화되고 고정된 규범들로 인한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선 초능력으로 표현됐지만, 사실 우리 주변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도 있고, 남다른 개성과 특징을 가진 이들도 많다"면서 "우리 사회가 남들과 다른 그들을 과연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초능력 드라마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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