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산불' 주범은 끊어진 전선"…하와이, 전기회사에 소송

"허리케인 예보에도 전력 안 끊어 산불 발생"
7兆 넘는 피해 발생…전기회사 주가 폭락

100여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폐허가 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당국이 산불이 끊어진 전선 때문에 발생했다면서 24일(현지시간) 전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마우이 카운티는 이날 하와이 주 제2 순회 법원에 전기 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HECO) 등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월 발생한 세 건의 산불과 관련해 전기회사가 허리케인 등이 예보됐음에도 전력을 차단하지 않은 것이 산불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특히 카운티 당국은 지난 7일 미 기상청(NWS)의 허리케인 적색경보가 있었는데도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전기 장비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아 강풍에 끊긴 전선이 마른 풀과 덤불에 닿으며 산불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이번 산불로 공공 인프라 손실과 화재 대응 비용, 세입 손실, 환경 피해, 역사적·문화적 랜드마크 손실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마우이섬 내 라하이나와 쿨라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3000에이커(12.1㎢)가 넘는 면적이 불타고 2200여채의 건물이 파괴되는 등 약 55억달러(약 7조3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인명 피해도 심각하다. 지난 23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15명, 실종자는 최소 850명이다.

다만 이번 소송은 공공 당국이 입은 피해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마우이 카운티는 "라하이나와 쿨라 주민, 지역 사회와 함께 공공 자원의 피해를 복구하고 공공시설 등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HECO는 하와이 지역의 95%에 전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이 회사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번 화재 이후 이 회사를 상대로 유사한 주민 소송이 이미 여러 건 제기된 상태다. 이달 들어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고, 3곳의 신용평가 기관이 이 회사의 신용 등급을 정크(투기등급) 수준으로 강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 리서치 회사인 캡스턴은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이 회사의 잠재적 부채가 거의 40억달러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HECO 측은 "상상할 수 없는 비극 이후 마우이 주민뿐 아니라 마우이 카운티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마우이 카운티가 소송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