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논란' 지우고 1위 등극... '연인'의 세 가지 성공비결

김준모 2023. 8. 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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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연인>

[김준모 기자]

 <연인> 스틸컷
ⓒ MBC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MBC는 2010년대 들어 부진을 반복하더니 매년 같은 패턴을 반복 중이다. 하나씩 히트작이 등장하며 다 망친 농사 속에서 인기 작물 한 두 개로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상반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MBC는 하반기 반전을 위해 대상X대상 조합을 준비했다. 김상중에게 대상을 안겨준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황진영 작가와 <검은 태양>으로 대상을 수상한 배우 남궁민이 만난 <연인>은 초반 실망감을 안겼다.

MBC가 준비한 하반기 최고 기대작 임에도 불구 <연인>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다. 2회 만에 최저 시청률 4.3%를 찍더니 5%대를 유지하며 아쉬움을 보였다. 이런 부진의 이유로는 미스 캐스팅 논란이 가장 많이 지적되었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사극이다. 핵심인 로맨스에 남궁민과 안은진, 두 배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대로 '연인호'는 좌초되는 듯했다.

능군리 최고 미녀 유길채 역을 맡은 안은진은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강했다. 그간 사극에서 압도적인 미모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들에 비해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며 미스 캐스팅이라는 말이 나왔다. 남궁민 또한 40대 중반의 나이에 도령 이장현을 연기하는 것이 과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논란에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황진영 작가가 만든 캐릭터들이 아직은 어설프게 작용한 점이 컸다.

좌초되는 듯하던 '연인호'의 비상
 
 <연인> 스틸컷
ⓒ MBC
 
이 논란을 지우기까지는 4화면 충분했다. <연인>은 병자호란 발발 후 미스 캐스팅 논란을 베스트 캐스팅으로 바꾸며 시청률 상승을 이뤄냈다. 최고 시청률 8.8%를 기록, <빅마우스> 이후 오랜만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 비결은 논란이 되었던 요소들이 반전을 이루었다는 점이 컸다. 먼저 남궁민은 이장현 역을 통해 또 다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연말 MBC 연기대상에 자신의 이름을 반쯤 새겨놨다.

이장현은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결합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 기질에 능글맞지만 다정하고 세심한 면을 지니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강인한 무력을 바탕으로 사력을 다해 지켜내는 모습으로 시청률 상승에 큰 견인을 하였다. 그 기점이 된 건 4화였다. 길채를 오랑캐들의 손에서 구해낸 후 우연히 들은 서방님 소리에 행복한 미소로 심장을 자극하는 온도차를 보여줬다.

<검은 태양>에서 액션, <미녀 공심이>에서 로맨스, <김과장>과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능글맞은 유머를 선보이며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 남궁민인 만큼 이것이 모두 결합된 이장현에 딱 적임자였음을 보여준다. 능글맞은 아웃사이더 면모만 있던 조선판 레트 버틀러는 시대의 혼란 속에 반전 매력을 꺼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반대로 조선판 스칼렛 오하라인 유길채는 시대의 변화 속 철없는 발랄한 애기씨에서 능동적인 리더로 변해간다.
 
 <연인> 스틸컷
ⓒ MBC
 
능군리에서 길채는 남자들이 자신에게 넘어오는 걸 인생의 재미로 여기며 그것을 전부라 여겼다. 전쟁의 혼란 속 장현과의 만남은 그녀를 넓은 세상으로 이끌며 점점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된다. 오랑캐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순결이 더렵혀졌으니 자결을 택하라는 가르침을 거부하며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흙탕물을 택하는 길채다. 저돌적이면서 때로는 모질게 변해가는 이 캐릭터는 왜 안은진을 캐스팅 했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

발랄하고 앙큼한 세상물정 모르는 소녀가 주체적인 여성상으로 성장해 가는 여성서사를 담아내기에 가장 제격인 배우이기 때문이다. 길채의 캐릭터는 초반의 오해가 미스 캐스팅 논란으로 이어진 안타까운 경우다. 장현은 선비 같은 마을 남자들의 샌님 면모가 길채를 교만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한다. 설정상 빼어난 미모가 아닌 시대를 벗어난 도발적인 면모가 남심을 사로잡은 이유이고, 이 자만심이 장현을 만나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성장으로 이어지는 게 포인트였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은 정말로 조선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완성한 황진영 작가의 저력이다. 이 계획이 우려를 샀던 건 미국의 남북전쟁과 병자호란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남북전쟁은 미국 내부의 성장을 이끌었던 만큼, 이것이 스칼렛 오하라의 캐릭터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 반면 병자호란은 외부의 침략과 조선이 함락당한 사건인 만큼 연관성이 적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연인> 스틸컷
ⓒ MBC
 
<연인>은 고전의 포인트를 살리면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클래식의 맛을 보여준다. 몰락한 조선의 모습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이 아픔 속에서 성장과 로맨스를 거듭하는 인물들의 모습, 여기에 사극이 지닌 정치 암투극을 양념으로 더할 예정이다. 캐릭터의 골격과 병자호란의 비극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틀을 구성하면서 당시의 역사가 지닌 특수성을 통해 고유한 매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문화계에는 공통된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은 시청자들이 꼭 찾아서 본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화를 이룬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와의 경쟁에서 <연인>이 이길 수 있었던 건 사극 로맨스가 주는 확실한 장르적 매력과 남궁민의 멋, 그리고 안은진의 성장이 부각되며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자타공인 명불허전 배우 남궁민이 제작발표회에서 보여줬던 자신감이 과연 어디까지 날개를 달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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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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