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달뱅이" 폭언 그후...'가죽 롱코트' 김덕훈 위태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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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뱅이" 비판 받고 위기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덕훈 동지 타이왕국 수상에게 축전'이라는 제목의 두 문장짜리 기사에서 "내각 총리 김덕훈 동지는 타이왕국(태국) 수상으로 선거된 스레타 타비신(세타 타위신)에게 24일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덕훈이 여전히 총리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시사한 셈인데, 이 소식은 북한 주민이 보는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앞서 지난 21일 김정은은 평안남도의 침수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김덕훈을 강하게 질책했고, 이는 이튿날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됐다. 당시 김정은은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극심하게 문란해졌다",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며 김덕훈을 향해 사실상 '폭언'을 퍼부었다. 여타 경제 분야 간부들에게도 "틀려먹은 것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정은은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김덕훈 내각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예고한 것으로 현재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처럼 북한 최고지도자로부터 전례 없이 혹독한 수위의 질책을 받은 인사가 관영 매체에 총리 직함으로 다시 등장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연말까지 경제 성과가 절실한 상황에서 총책임자인 김덕훈을 곧바로 내치는 건 김정은에게도 부담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집권 후 간부들에 대한 문책이나 해임 뒤 재기용을 거듭하는 식의 특유의 '회전문' 인사로 충성 경쟁을 유도해온 점과 현재 마땅한 후임을 찾기 힘든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김덕훈이 부활할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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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탓' 하며 국면 전환
북한이 지난 3년여간 코로나 19 방역에 총력을 다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국경 개방을 저울질하는 등 시스템 전환을 꾀하는 길목에 선 가운데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총리 질책'이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정은은 2020년부터 이어진 코로나 19 봉쇄 국면에서 내각의 '경제 사령탑' 역할을 강조하며 김덕훈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그간 전국의 경제·민생 현지 시찰을 총리인 김덕훈에게 대부분 맡기는 식으로 의도적으로 경제 분야와 거리 두기를 해왔다"며 "이제 지난 3년의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내각에 떠넘기고 김정은이 스스로 경제를 챙기는 모양새를 만들며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1면 장식, 가죽도 걸쳤는데…
2020년 북한 간부 중 어린 편에 속하는 59살의 나이로 내각 총리에 발탁된 김덕훈은 그간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꼽혔다. 같은 해 8월 그가 태풍 피해 현장을 찾은 사진이 노동신문 1면에 실리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김덕훈은 각종 회의에서 참석자 중 맨 먼저 호명돼 김정은에 다음가는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또 다른 예는 긴 가죽 코트였다. 가죽 코트는 2021년 1월 8차 당 대회 열병식에서 김정은을 비롯해 조용원 당 비서, 김여정·현송월 당 부부장 등 핵심 실세만 걸치고 나와 최측근의 상징처럼 여겨졌는데, 김덕훈 또한 지난해 초 가죽 롱코트를 입고 현지 시찰에 연이어 나선 모습이 보도됐다.
이와 관련, 김덕훈 또한 난관에 봉착했을 때 간부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김정은식 '면피 정치'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24일 실패로 돌아간 북한의 소위 '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하면서 "북한은 주민을 기아와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경제 실정(失政)과 민생파탄의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며 그나마 없는 자원을 무모한 도발에 탕진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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