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픈 욕구 부각”…‘욕망’ 드러내는 콘텐츠 속 엄마들 [D:방송 뷰]

장수정 2023. 8. 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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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부터 ‘마스크걸’까지. 콘텐츠 속 주인공이 되는 엄마들
희생 강조 아닌, 개인의 욕망에도 초점

경력단절로 고통받는 엄마부터 홀로 딸을 키우다가 뒤늦게 친부를 만난 싱글맘까지. 엄마가 주인공인 콘텐츠들이 연이어 방송되고 있다. 그런데 그간의 드라마들에서 늘 만나던 엄마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자식을 위한 희생이 아닌, 자신의 욕구를 먼저 강조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남남’에서는 첫 회에 자위하는 모습을 딸에게 들키는 엄마 은미(전혜진 분)의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당황한 딸 진희(최수영 분) 보고도 의연한 엄마와 잠시 놀랐지만, 이후 성인용품점을 엄마와 함께 방문하는 딸까지. 쿨한 모녀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지지가 이어졌다.

ⓒ지니 TV, 넷플릭스

성적인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은미는 이후 고등학생 시절 사귀다가 헤어진 진희의 친부 진홍(안재욱 분)을 만날 때도 예상을 벗어난다. 모녀의 여행에 따라온 진홍이 진희를 거듭 신경 쓰자 화를 내는가 하면, “그러면 나를 왜 불렀나”라는 진홍에게 “오빠를 꼬시려고 그랬다”라며 자신과의 관계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물론 엄마로서의 책임감, 가족으로서의 배려는 담기지만, 헌신하고 희생하는 모습으로 모성, 가족애를 설명하던 여느 드라마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색다른 면모들이 곧 시청자들의 호평 이유가 됐다.

현재 공개 중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은 엄마의 일하고 싶은 욕구를 담고 있다.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 분)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 분)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사회생활의 경험치로 불태우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 고해라는 물론, 그가 직장에서 만난 임신한 엄마, 초등학생 엄마 등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담기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여러 고충을 겪으면서도 프로페셔널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들을 통해 엄마들의 일에 대한 열정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회사 내 구성원들의 면면을 포착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왜 회사 바깥으로 밀려나게 되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짚기도 한다. 라미란은 고해라에 대해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이 잘 보이는 캐릭터다. 그런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면서 “굳이 아내나 엄마, 이런 위치보다는 순수하게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잘 부각될 것 같다”고 자신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도 모성애를 다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이 의도치 않은 사건을 계기로 성형을 한 뒤 쇼걸로, 또 죄수 1047로 살아가는 모미의 굴곡진 인생을 쫓아간다.

이 과정에서 죽은 아들 주오남(안재홍 분)의 복수를 대신하기 위해 모미를 쫓는 엄마 김경자(염혜란 분)의 뒤틀린 모성이 중요한 한 축이 된다. 경자가 끈질기게 모미를 쫓는 과정을 통해 ‘마스크걸’이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되는 것.

다만 전작 ‘더 글로리’에서는 딸의 행복을 위해 남편의 폭행을 견디고, 결국 그를 살해할 결심을 했다면, 이번에는 경자 자신의 뒤틀린 욕망도 없진 않았다. 염혜란이 경자에 대해 “그의 복수가 오로지 ‘모성’이라는 단일한 성격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했다”면서 “세대, 종교, 신념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갈등을 포함하길 바랐고, 복수라는 거대하고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안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김경자의 내적 갈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었다.

전혜진은 ‘남남’ 종영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러한 전개가 만족스러우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잘 받아들여질지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조금 색다른 엄마들의 활약에 낯설다고 반응하는 시청자들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색다른 접근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재미가 곧 이 작품들의 흥행 이유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늘 조명하던 한 모습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춘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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