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왼쪽 날개 뒤로 가면, 같이 못 날아"
[안홍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한길 위원장. |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은 리영희 선생의 책 제목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인용하면서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그런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특정 이념 세력을 국민통합에서 배제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25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면서 자유, 인권, 법치라는 가치가 사회에 확산되도록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약자에 대한 복지와 첨단 과학기술 혁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두 가지의 방향이 좀 다릅니다만, 그런 진영 간에 어떤 대립과 갈등, 또 건설적인 경쟁, 이런 것들이 한 200여 년 전부터 있어 왔다"며 "어떤 분들은 새가 하늘을 날려면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다 필요하다라고 이것을 빗대어 말씀하는 분들도 계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서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는 것이지, 어떤 새는 앞으로 가려고 하고 어떤 새는 뒤로 가려고 하는데,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그런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시대착오 사기적 이념에 휩쓸리는 건 진보 아니고 우리의 '날개'도 안 돼"
그는 "보수라고 하는 것은 제가 알기로 자신의 운명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자기와 가족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좀 강한 것이고, 진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 현실을 감안해서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때에는 책임도 개인에게 더 많이 귀속이 되는 것이고,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다 보면 그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는 조금씩 양보돼야 하는 것이다. 어디나 자유와 책임이라는 것, 권리와 의무라고 하는 것은 늘 함께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 모두 어떤 쪽이든, 어떻게 조화를 하든 날아가는 방향,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은 일치돼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더 자유롭고 자유로운 가운데 더 풍요롭고 더 높은 문화와 문명 수준을 누리는 것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 지구에서 사는 모든 인류와 평화롭고 번영되는 그런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결국 우리의 방향인 것이지, 시대착오적인 그런 투쟁과 혁명과 그런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우리가 국민통합을 추진해 나가는 모든 분들이 함께 여기에 공감 좀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 리영희 교수가 2003년 4월 12일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이라크 파병 반대집회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발목아래쪽이 잘려나간 어린이 그림앞에서 강연하고 있다. 자료사진. |
ⓒ 권우성 |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는 데에 빗댄 것은 리영희 선생이 평론을 모아 1994년에 펴낸 책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제목만이다. 냉전이 끝나가던 상황에서 이 글을 통해 리영희 선생은 진보운동을 죄악시하던 한국 사회를 비판했다. 동시에 우익의 극단에서는 모든 것이 극좌로 보이게 된다는 원리도 설파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그런다면"이라고 억지스러운 가정을 동원해 리영희 선생 글의 취지를 비틀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말한 "모든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진보 진영 역시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시대착오적인 그런 투쟁과 혁명과 그런 사기적 이념"을 언급하며 "우리 한 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 것은 특정 이념 세력을 사회에서 배제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는 국민통합위원회 2기가 출범하는 자리였는데, 대통령이 '어떤 이념을 가진 이들은 빼고 통합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대통령께 인정받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앞으로는 우리 위원회가 국민통합에 제대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 인정받고 국민들께도 칭찬받는 위원회가 돼야 되겠다고 다짐한다"며 "그렇게 돼야 비로소 국민통합에 대한 대통령님의 의지와 진심이 국민께 제대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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