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총결집으로 대한민국 교육을 바꾸자

유윤식 2023. 8. 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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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은 전국의 교사들을 매주 세종로와 국회 앞으로 불러 모았고 이들의 처절한 아스팔트 위 울부짖음은 뜨거운 여름 땡볕도 막지 못했다.

이미 망가진 교실에서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찾을 수 없고, 저스트 잡(just job)으로 내몰려 생존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학교 현장, 전문직 교사의 지위는 값싼 허울이 되었다.

만시지탄이지만 교육 당국도 정치권도 교사들의 외침에 법 개정과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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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교원단체 총결집 선언으로 교육공동체 회복의 큰 전환점 만들 수 있길

[유윤식 기자]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가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열렸다. 검은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은 전국의 교사들을 매주 세종로와 국회 앞으로 불러 모았고 이들의 처절한 아스팔트 위 울부짖음은 뜨거운 여름 땡볕도 막지 못했다. 혹자는 말한다. 건국 이래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이슈가 이렇게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적이 있었냐고… 맞다. 수만 명의 교사들이 주말마다 광장에 나와 외친 적은 없었다.

무엇이, 누가 교사들을 광장에 나와 울부짖게 하는가. 이미 망가진 교실에서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찾을 수 없고, 저스트 잡(just job)으로 내몰려 생존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학교 현장, 전문직 교사의 지위는 값싼 허울이 되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매주 새로운 운영진이 집회를 이끈 게 오는 26일로 벌써 여섯 번째를 맞는다. 

만시지탄이지만 교육 당국도 정치권도 교사들의 외침에 법 개정과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이렇게까지 심각한지 몰랐다 한다. 그동안 교사들이 일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수모를 당해도 쉬쉬하며 무탈하기만을 바랐던 학교 당국, 교사가 그 어떤 수모를 당해도 학부모에 무한 고객 서비스로 감내해야 한다고... 이런 정서가 결국 교사들을 사지로 몰아 왔던 것이다.

9월 4일 고인을 추모하는 49재 집회 참가 방식을 두고 교사 커뮤니티 SNS 방에서 연일 토론이 뜨겁다. 서로 다른 생각들을 토론해 의사결정하는 민주적인 아고라는 건강하다. 그러나 비생산적인 논쟁과 갈등은 오히려 동력을 잃게 하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교권과 교육공동체 회복으로 교육을 살리자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이해관계나 진영 논리로 본질을 흐리는 것을 경계한다. 지금은 교원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도 부족하다.  

이제 우리는 죽음의 교실을 살려내야 한다.

어떻게 우리 교육을 살려낼 것인가? 무엇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교원단체의 총결집이다. 5차에 걸친 집회로 쌓아온 교사 대중의 축적된 힘을 함께 모아 지속시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4차 집회 때 교원 6단체가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 교원들의 염원을 담아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9월 2일 7차 집회 전에 교원 6단체를 포함해, 교사 커뮤니티의 총결집 선언이 나오길 촉구한다.

이제는 교원단체나 교사 커뮤니티 간 각각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오로지 교사의 권익을 위해 대동단결해야 할 때다. 수십 년 동안 산적한 교육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능동적인 자세로 대한민국 교원들의 총결집체를 통해 교육 당국과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때다.

각 단체의 고유한 정체성과 활동은 존중하는 샐러드 볼(salad bowl)과 교육 이슈 해결을 위해 지금처럼 다양한 단체가 하나의 멜팅 포트(melting-pot)로 총결집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을 제안한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이라고 사람들은 함께 길 나서기를 꺼릴 수 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분노는 이미 광장과 채팅방에서 새롭고 거대한 길을 만들고 있다. 여러 갈래 길을 나섰던 교원단체들이 화답할 때다.

이제 좌절의 역사가 아닌 거스를 수 없는 희망의 큰 물결이 굽이치고 있다. 각자의 길을 걷다 광장에서 함께 만나 외치자.

노동운동가에서 국제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한 시인이 우리에게 말한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고. 길은 걷는 자의 것이라고.

"무엇이 이토록 지친 나를 걷게 하는가. 사랑만이 나를 다시 걷게 한다. 나는 사랑 안에서 나를 잃어버린다.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사랑이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 주리라. 나를 향해 마주 걸어오고 있는 너에게로, 아직 내가 모르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로. 나만의 빛나는 길은 잘못 내디딘 발자국들로 인하여 비로소 찾아지고 길이 되는 것이니.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 박노해 시인 <길>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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