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파월의 시간…세계의 눈은 '잭슨홀'로

권해영 2023. 8. 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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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장기화' 시각 우세…Fed 내 금리전망은 엇갈려
잭슨홀 쇼크 재연되나…시장은 조마조마
한은도 촉각…美 긴축 장기화·中 침체 변수

'긴축의 끝이냐, 고금리 장기화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25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 연설을 앞두고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대국 미국이 긴축의 끝을 시사할지, '고금리 뉴노멀'을 예견할지 파월 의장이 내놓는 메시지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가계·기업의 고통에도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폭탄발언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파월 쇼크'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올해도 그가 강도 높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파월, 매파색 드러내나…'중립금리' 언급 여부 주목

파월 의장은 25일 오전 10시5분(미 동부 기준, 한국시간 오후 11시 5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한 가운데 2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의 하이라이트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긴축 기조를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로 지난해 6월 정점(9.1%) 보다는 둔화됐지만 소비·고용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호조를 지속하며 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 Fed의 긴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예상보다 강력한 미국 경제가 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분간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 즉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을 언급할지가 관건이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 또는 침체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5.25~5.5%까지 올렸는데도, 미국 경제가 강력한 상태를 보이면서 일각에선 중립금리 자체가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금리가 '뉴노멀'이 됐다는 주장이다. 미국 뱅가드그룹은 실질중립금리가 기존 0.5%에서 현재 1.5%까지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중립금리가 상승했다고 언급할 경우 Fed가 금리인상이 경제를 압박할 정도로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뜻이 된다. 이는 통화당국의 추가 금리인상 또는 고금리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비드 머클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Fed가 (잭슨홀에서) 실질중립금리 상승을 논의한다면 금리인하의 시급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언급한다면 시장은 잭슨홀 연설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중립금리와 실질금리가 무엇인지 분명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며 중립금리에 근거한 통화정책 수립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Fed 내 금리전망 엇갈려…韓, 美 긴축 장기화·中 침체 변수

잭슨홀 미팅 개막을 전후해 Fed 위원들은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이 없는 콜린스 총재는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상당기간 (금리를) 유지해야 할 위치에 매우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정점이 정확히 어디인지 현재로서는 신호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매파 인사로 꼽혀온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이 같은 경제 가속이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우리가 보고 있는 디스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며 "이는 Fed의 통화정책 변경(긴축 종료) 계획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그는 전날 WSJ가 공개한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메시지를 내놨다.

반면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잭슨홀에서 진행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충분히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금리가) 제약적 수준이며 한 동안 이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 내 대표적 비둘기파 인사로 꼽히는 그는 데이터에 따라 내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빨리 내려가면 "더 빨리 인하할 수 있다"면서 "다만 내 생각엔 당분간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내놓을 메시지와 9월 FOMC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도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에서 기준금리를 3.5%로 5회 연속 동결키로 결정한 직후 "잭슨홀 미팅에서 훨씬 더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Fed 통화정책과는 독자적으로 5차례 연속 금리 동결에 나섰다. 하지만 잭슨홀 미팅에서 Fed의 긴축 장기화 기조가 확인될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연말까지 금리인하 보다는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Fed가 고금리를 장기화하고, 중국의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 위기가 가시화된다면 성장에 무게추를 두고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할 경우 자본 유출과 외환 변동성 확대 우려로 금리를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는데, 중국 성장률이 4.5%까지 낮아지면 우리나라는 최저 1.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오래 가면 우리에겐 딜레마"라며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가계부채도 조정됐을 때 실물경제를 고려해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미국이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상충관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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