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토피아]전기차 시대, 석유소비가 줄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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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섬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중국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하지만 과연 전기차가 지금 지구를 살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블룸버그NEF는 전기차가 하루 200만 배럴의 석유 대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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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도 온실가스배출 신경써야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섬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울창하던 아열대 밀림은 니켈 채굴 광산으로 변했다. 여기저기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오가고 조용하던 바닷가 마을엔 정제 공장이 들어섰다. 이곳 주민들은 새로운 일자리로 삶이 풍족해졌지만 공해와 오염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안게 됐다.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중국 공장이 일자리와 함께 오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한 술라웨시섬의 풍경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전기차를 보급하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중국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하지만 과연 전기차가 지금 지구를 살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전기차 자체는 친환경이지만 전 생애주기를 따지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꽤 있다.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적인가? 전기차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됐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그래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미 환경보호국(EPA)은 홈페이지에 아예 ‘전기차에 대한 신화’라는 코너를 만들어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인용한 것이 미 에너지부(DOE)의 지원으로 아르곤국립연구소가 개발한 GREET(Greenhouse gases, Regulated Emissions, and Energy use in Technologies) 모델이다. 이를 이용하면 전기차의 전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솔린차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온다. 가령, 테슬라 모델3과 도요타 코롤라를 비교하면 주행거리 1만3500마일(약 2만1725㎞)부터는 모델3가 코롤라보다 친환경적이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1만3500마일을 주행하기 전까지는 모델3가 가솔린차보다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뜻이 된다. EPA의 분석 결과 전기차의 경우 운행 중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0%지만 배터리(18%), 제조 및 폐차(17%), 연료공급(65%) 단계에서는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폴스타와 리비안이 컨설팅 업체 커니에 의뢰해 내놓은 패스웨이 보고서(Pathway Report)에서는 공급망 단계에서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35~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커니는 전기차의 배출량 경감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전기차가 석유 소비를 대체하는 것은 맞다. 블룸버그NEF는 전기차가 하루 200만 배럴의 석유 대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루 석유 소비량은 1억200만 배럴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다른 분야에서 여전히 석유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 각국은 전기차만 많이 보급하면 석유 소비가 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배터리 여권 등 공급망까지 규제하고 나섰다. 전기차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강희종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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