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디오 마니아-百 VIP 연결…백화점 이례적 '오디오쇼' 여는 이유는
"집에서 즐기는 나만의 취향"
코로나 이후 마니아 넘어 대중 관심↑
롯데百 내달 3일까지 본점서 오디오쇼
오디오 마니아 백화점으로
VIP에 새 카테고리 소개 "정례화할 것"
"스피커와 앰프 구성에 7000만원, 사운드는 확실히 다르네."
24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 평일 오후 백화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직장인 남성 고객들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았다.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최초로 여는 하이엔드 오디오쇼 '더 사운즈' 행사장이다. 평소 패션·리빙 행사상품을 주로 선보이던 이곳은 현재 바워스앤윌킨스, 탄노이, 매킨토시, 소너스파베르 등 하이엔드 오디오 22개 브랜드를 전시해놓은 오디오 쇼장으로 탈바꿈했다.
'꿈의 오디오'로 불리는 탄노이의 '웨스트민스터 로열 GR'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면서 소리를 뿜어내자 방문객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오디오를 중심에 둔 미니 거실'로 꾸민 각 부스에서 사운드뿐 아니라 실제 집에 설치했을 때의 모습도 꼼꼼히 체크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별도로 설치한 청음실 4곳에선 조용한 가운데 집중해서 음악을 감상하고 사운드를 체크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날로그 음반 마니아를 위한 'LP 음반 존'도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장에서 만난 윤현철 롯데백화점 일렉트로닉 디바이스 팀장은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한 문턱을 낮춰 일반 대중에 소개하고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원음에 가까운 초고음질을 추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는 비싼 가격에 접근성이 높지 않아 소수 마니아를 중심으로 소비됐으나, 구매력을 갖춘 자산가가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취향', '집에서 즐기는 고급 취향'에 대한 요구가 늘고, 여기에 하이엔드 오디오가 부합하면서 고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롯데백화점 본점 오디오 매출은 매해 평균 30% 고신장세다.
롯데백화점은 이 점에 주목했다. 그간 하이엔드 오디오 소비자가 한정적일 때는 강남 플래그십스토어, 용산 상가 등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살피거나 1년에 2차례 있는, 참여 업체 수와 규모에 집중한 오디오 전시회를 통해 접해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하이엔드 오디오가 '신 명품군'으로 자리 잡으면서 '백화점 오디오쇼'가 관심을 끌 것이란 가능성이 확인됐다. 일반 고객 접근성이 높은 백화점에서 주요 브랜드를 모아, 길면 사흘인 기존 오디오쇼 대비 긴 기간인 2주간 행사를 진행, 충분히 살펴보고 고민한 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핵심 목표는 백화점 VVIP에게 새로운 하이엔드 상품군을 소개하고, 시청각적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이를 매출로도 연결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본점에 바워스앤윌킨스 매장이 입점한 후 본점뿐 아니라 지역 VIP도 방문해 1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D4 시그니처 라인을 구매한 바 있다.
백화점과 상대적으로 멀었던 구매력 있는 오디오 마니아를 백화점 고객으로 편입시키는 것도 이번 오디오쇼의 목표다. 이번 행사에서는 고급스러운 쇼룸 공간을 통해 제품을 선보인다. 6개의 쇼룸을 각 브랜드 오디오의 개성을 살린 인테리어와 가구, 소품 등을 더해 실제 거실처럼 꾸며, 실제 거실에서 감상할 때의 느낌을 살렸고, 한편으론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상품 연계 구매도 노렸다. 이를 위해 쇼룸 연출엔 프리츠한센, 에르고시스템 등 10개 수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참여해 고급 의자, 소파, 카페트 등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이 이번 행사를 통해 소개하는 상품은 200만원대부터 1억원대까지 총 100여 제품이다. 현장에선 비틀즈도 매료된 영국 최고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의 '801 시그니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 소너스파베르의 '아마티 G5' 등의 사운드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파인오디오 'F1-8S'와 심오디오 40주년 기념 모델 '680D', '600I V2', 뮤지컬 피델리티의 7번째 기념모델 'A1' 등은 이번 오디오쇼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본점에서 오디오쇼를 정례화하고 이를 잠실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본점은 2014년 뱅앤올룹슨을 시작으로 보스, ODE, 워스앤윌킨스 등을 들여오며 백화점 최대 규모 하이엔드 오디오 매장을 완성했다.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 역시 본점 9층 행사장뿐 아니라 8층 오디오 매장에서도 동시에 진행된다. 롯데백화점은 행사 정례화를 통해 오디오 마니아를 백화점으로 발걸음하게 하고, 백화점 VIP에게도 지속해서 하이엔드 오디오 카테고리를 소개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윤 팀장은 "롯데백화점을 좋은 소리를 찾는 고객을 위한 '하이엔드 오디오 1번지'로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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