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다음은 바이오·AI…LG의 ABC 어디까지 왔나

박선미 2023. 8. 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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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30년 전부터 공들여 추진해온 전장 및 배터리사업에 성과가 나오고 있어 이제는 미래 10~20년을 위한 준비를 해도 되는 시점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25일 재계는 구 대표가 3박4일의 보스턴·토론토 출장 일정을 AI와 바이오 사업 확장 구상에 할애한 것을 두고 수년 간 준비해온 ABC 사업에 대한 행보를 글로벌로 확장해 나간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LG 내부에서도 "AI, 바이오 등의 미래 사업들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육성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구 대표의 의지가 담긴 행보"라며 ABC 사업의 본격적인 글로벌화 시작 단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마곡 LG AI연구원, 오송 LG화학 생명과학 공장, 마곡 LG화학 연구개발(R&D) 연구소,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ABC 사업의 국내 추진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며 ABC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내부 조직 체계를 가다듬고 인재를 확보하는 등 기본 역량 확보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ABC 사업도 글로벌 무대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심 역량들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시점이라 판단했다. 20~30년 전에 시작한 전장·배터리사업이 흑자를 내며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다음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LG는 198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유전공학연구실을 신설하고 2003년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의 미국 FDA 신약 승인을 받아내는 등 바이오사업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하지만 LG 사업 자체가 가전 등 제조업에 집중되면서 과거 바이오사업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 취임한 구 대표는 바이오를 LG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로 점 찍고 LG가 나아갈 바이오 사업의 방향을 신약에 맞췄다. 제조 기반 바이오사업을 하는 삼성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LG의 바이오사업은 2017년 LG생명과학을 흡수 합병한 LG화학 중심으로 전개된다. 2019년 미국 보스톤에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보스턴 법인(이노베이션센터)을 설립한데 이어 올해는 미국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를 인수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속도를 내는 중이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 과제를 확대하고 상업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인수한 아베오를 활용해 글로벌 혁신신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AI 역시 구 대표 취임 이후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계열사별로 AI 분야를 연구해 온 LG는 2020년 그룹 차원의 LG AI연구원을 설립했다. 2021년 초거대 AI '엑사원'을 개발한데 이어 2022년 초거대 AI 연합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 출범, 북미 LG AI리서치센터(미시건) 신설, AI 윤리원칙 발표 등을 잇달아 진행시켰다. 올해는 초거대 AI '엑사원 2.0'을 공개하는 성과도 냈다.

구 대표는 LG가 제품이나 서비스, 조직 운영에 AI를 활용하는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고, AI기술을 스마트홈 및 스마트카 솔루션, 온라인 채널 등에 접목해 고객경험을 혁신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토론토 방문에서 구글의 딥러닝, 우버의 자율주행, 엔비디아의 컴퓨터비전 등이 탄생한 ‘벡터 연구소’와 양자컴퓨팅 선도기업인 ‘자나두 연구소’를 찾아 LG의 AI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핀 것도 이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LG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한 배터리, 전장, OLED 등은 20, 30년 전부터 준비하고 투자해 지금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ABC 분야가 LG의 미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경영진 사이에서도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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