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곤 복귀' 정찬성, 할로웨이 잡고 재기 선언?

양형석 2023. 8. 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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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6일 싱가포르 대회에서 페더급 랭킹 1위 맥스 할로웨이와 격돌

[양형석 기자]

한국이 낳은 역대 최고의 종합격투기 파이터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작년 4월 10일 UFC 273 대회에서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상대로 페더급 타이틀에 도전했다. 지난 2019년 12월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볼카노프스키는 두 번의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강력한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정찬성은 UFC 내에서 워낙 '이변전문가'로 명성이 높았기 때문에 국내 격투팬들은 내심 정찬성이 이번에도 대이변을 일으켜 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국내 격투팬들이 기대했던 정찬성의 '업셋'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볼카노프스키는 한 수 위의 실력으로 매 라운드 정찬성을 압도하며 반격의 틈조차 주지 않았고 정찬성은 3라운드까지 특유의 좀비근성으로 버텼지만 4라운드 시작 45초 만에 TKO로 패했다. 볼카노프스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찬성의 건강이 염려돼 심판이 일찍 말려주길 바랐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두 선수의 기량 차이는 제법 컸다.

패배 직후 은퇴 가능성까지 언급한 정찬성은 오는 26일(한국시각) 싱가포르 칼랑의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UFC on ESPN+ 83대회의 메인이벤트를 통해 1년 4개월 만에 옥타곤 복귀전을 치른다. 정찬성은 최근 페더급 랭킹이 8위까지 떨어졌지만 만약 이 선수를 잡는다면 다시 페더급 타이틀 전선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정찬성이 만나게 될 상대는 바로 하와이 출신의 페더급 전 챔피언이자 현 페더급 랭킹 1위 맥스 할로웨이다.
 
 할로웨이(왼쪽)는 최근 10년 간 페더급에서 볼카노프스키 이외의 상대에게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 UFC
 
알도와 볼카노프스키 사이 페더급의 지배자

지난 2010년 UFC가 '경량급의 메이저리그' 불리던 WEC를 흡수하면서 신설된 페더급은 지금까지 총 2명의 '황제'가 있었다. 초대 황제는 UFC에서만 7번의 방어전을 성공시키며 무려 1848일 동안 타이틀을 지켰던 '폭군' 조제 알도 였고 2대 황제는 3년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벨트를 지키고 있는 현 챔피언 볼카노프스키다. 그리고 알도와 볼카노프스키 사이에 925일 간 타이틀을 유지했던 선수가 바로 1.5대 황제 할로웨이였다.

2012년 2월 UFC에 데뷔한 할로웨이는 옥타곤 데뷔전에서 더스틴 포이리에에게 서브미션으로 패했고 3연승 후 다시 데니스 버뮤데즈와 코너 맥그리거에게 연패를 당했다. 당시만 해도 할로웨이는 페더급에 차고 넘치던 젊은 파이터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3번의 패배를 통해 경험이 쌓인 할로웨이는 놀랍도록 무서운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그렇게 페더급에서 내리 10연승을 달린 할로웨이는 2017년 6월 챔피언 알도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맥그리거에게 일격을 당하며 타이틀을 잃었던 알도는 맥그리거의 라이트급 전향 후 다시 벨트를 되찾았지만 정점을 찍고 내려온 후라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할로웨이는 강한 압박으로 알도를 착실히 공략했고 3라운드 TKO로 '폭군'을 제압하며 새 챔피언에 등극했다. 할로웨이는 6개월 후에 열린 알도와의 2차전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연승을 거뒀다. 페더급의 새로운 1인자가 탄생했음을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연승이었다.

할로웨이는 2018년 12월 브라이언 오르테가를 상대로 2차 방어전을 가졌다. 오르테가는 타이틀전을 치르기 전까지 14연승을 달리던 '무패의 도전자'로 경기 전 도박사들도 할로웨이가 근소하게 불리할 거라는 전망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할로웨이는 스탠딩 타격전에서 우위를 보이며 오르테가의 그라운드 공방을 사전에 차단했고 4라운드까지 무려 290회의 유효타를 기록하며 4라운드 종료 TKO승리를 거뒀다.

프랭크 에드가까지 판정으로 꺾고 3차 방어에 성공하며 독주체제를 굳히던 할로웨이는 2019년 12월 볼카노프스키를 만나 판정으로 패하며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7개월 후 리벤지 매치를 가졌지만 이번에도 1-2 판정으로 패하며 연패를 당했다. 할로웨이는 작년 7월에 열린 3차전에서도 패하며 볼카노프스키 한 명에게 3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할로웨이는 타이틀을 잃은 후에도 4년 가까이 페더급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페더급 1위 할로웨이 잡고 재도약할 수 있을까

사실 정찬성과 할로웨이의 대결은 2017~2019년 사이에도 몇 차례 성사될 뻔 한 적이 있었다. 타이틀전을 노리던 정찬성은 여러 차례 할로웨이와의 대결을 희망했고 격투팬들도 페더급 내에서 가장 화끈한 경기를 펼치는 정찬성과 할로웨이의 격돌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찬성은 타이틀 전선으로 한창 올라가던 시기 야이르 로드리게스에게 일격을 당했고 할로웨이 역시 다른 타이틀전 일정이 잡히면서 두 선수의 대결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지난 4월 아놀드 앨런을 상대로 판정으로 승리한 할로웨이는 페더급의 랭커들 중에서 아직 싸워보지 못한 상대가 정찬성 뿐이라며 정찬성과의 대결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찬성 역시 과거부터 대결을 바라왔던 할로웨이와의 경기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격투팬들이 기다려왔던 정찬성과 할로웨이의 대결이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UFC on ESPN+ 83 대회에서 성사됐다.

할로웨이는 페더급으로는 매우 큰 180cm의 신장을 바탕으로 뛰어난 복싱스킬을 가진 선수다. 정찬성 역시 신장은 175cm로 할로웨이보다 다소 작지만 188cm라는 페더급 최고수준의 팔길이를 자랑하고 킥보다는 복싱을 주무기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강한 체력과 맷집을 겸비하고 있어 상대의 강한 공격을 맞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승패를 떠나 엄청난 난타전과 명승부가 기대되는 경기다.

물론 정찬성과 경기를 하고 싶다는 뜻을 먼저 밝힌 쪽은 할로웨이지만 사실 페더급 랭킹 1위 할로웨이 입장에서는 정찬성과의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크게 얻을 게 없다. 반면에 1년 4개월의 공백 때문에 페더급 랭킹 8위까지 떨어진 정찬성 입장에서는 1위 할로웨이를 잡으면 단 번에 랭킹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타이틀전 패배 이후 다소 위축됐던 정찬성에게는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정찬성에게 할로웨이전이 '밑져야 본전'인 경기는 결코 아니다. 만약 정찬성이 할로웨이에게 패해 WEC 시절이던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연패에 빠진다면 사실상 페더급 타이틀 전선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어느덧 만36세가 된 정찬성의 나이까지 고려한다면 '은퇴'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할로웨이전은 정찬성의 옥타곤 커리어와 파이터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경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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