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의 파이트클럽] UFC파이터 없는 싱가포르는 어떻게 UFC 중심지가 됐나
김식 2023. 8. 25. 09:00
싱가포르는 종합격투기 UFC 아시아의 중요한 거점이다. 오는 26일 싱가포르 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싱가포르: 할로웨이 vs 더 코리안좀비’ 대회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6번째 UFC 대회다. UFC는 싱가포르에서 2014년부터 꾸준히 대회를 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대회를 치렀다.
재밌는 것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대회에 싱가포르 선수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대회를 치르는 데 문제는 없을까. UFC 아시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앞선 5번 대회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 이번 대회도 문제없이 매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UFC 싱가포르 대회 티켓은 60달러(8만원)부터 최대 3000달러(400만원)에 이른다.
싱가포르가 UFC에 딱히 열광적인 건 아니다. 24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싱가포르 매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종합격투기 저변은 그리 크지 않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파이터로는 원챔피언십 여성 챔피언인 안젤라 리가 있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계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안젤라 리는 싱가포르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그가 자라고 운동한 곳은 미국이다. 싱가포르 격투기와 상관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싱가포르는 UFC에 진심이다. 심지어 동남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격투기 대회인 원챔피언십 본부가 있는 것도 싱가포르다. 격투기 인기는 한국, 일본, 중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종합격투기 산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중심이다.
이는 싱가포르의 국가적인 목표와도 무관하지 않다. 싱가포르에서 스포츠 이벤트는 중요한 산업이다. 싱가포르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행사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에서 꾸준하게 포뮬러1(F1) 그랑프리 대회를 개최하고, 싱가포르오픈 같은 큰 규모의 테니스 토너먼트도 열린다. 지난 6월에는 대규모의 e스포츠 위크가 열려 싱가포르 MZ세대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UFC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UFC 싱가포르 대회를 지원하는 가장 큰 손은 싱가포르 관광청(STB)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 명소로서 싱가포르를 알리기 위해 UFC를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막대한 관광 수입도 얻는 것은 물론 숙박, 식사, 교통 서비스 등 관련 경제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흐지부지되기는 했지만 UFC는 2018년 싱가포르 전역에 UFC 프랜차이즈 체육관 15개를 개장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UFC와 웰니스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만난 케빈 장 UFC 아시아 대표는 “UFC 싱가포르 대회는 단순히 싱가포르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케빈 장 대표는 “싱가포르는 UFC 레벨에서 뛸 만한 선수가 아직 없다. 이번 대회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이미 높은 수준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싱가포르는 UFC 대회를 열기 좋은 환경이다. 중국을 비롯해 주변 동남아 국가에 영향력이 큰 데다 국가적인 지원도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의 옹링리 스포츠건강 국장은 “UFC가 지속적으로 개최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월드클래스 스포츠레저 이벤트 개최지로서 싱가포르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UFC 파이터들과 팬들이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는 싱가포르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UFC에 대한 관심을 살펴보면서 한국은 왜 스포츠를 산업으로 확대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한국은 아직도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세금을 쏟아붓는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강하다.
종합격투기가 한국에 본격 소개된 지도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동네 쌈박질’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국내 격투기 관계자도 “한국에서 대회를 한 번 열려면 여러 편견과 제약에 부딪히게 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인식을 바꾸고 편견을 지운다면 UFC 등 격투스포츠는 훌륭한 글로벌 산업이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변변한 UFC 파이터 한 명 없는 싱가포르가 UFC의 아시아 허브가 된 것을 분명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간스포츠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파격 비키니+수영장 인증샷’…유정♥이규한, 당당한 럽스타
- 곽시양♥임현주, 선남선녀 커플 탄생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공식]
- 김종국, ‘4만원 티셔츠’ 의류 논란…사과→전액 기부 “오해 없으시길”
- 솔비 “소개팅 男 2명 연속 다이어트 약 선물… 자존심 상했다” (나화나)
- 빽가, 비즈니스 예약하고 구석 行... “외국 항공사였다” 분노
- 가짜뉴스부터 플러팅까지... ‘나는 솔로’ 16기, 최고·최악·심쿵의 순간들
- 스윙스, 사생활 피해 호소 “방금도 경찰 다녀가… 공포스럽다”
- 하늘도 울었다… 故 변희봉·노영국, 가족·동료 슬픔 속 발인 엄수 [종합]
- 클린스만 황당 행보, 한국 '또' 떠났다…귀국 닷새 만에 미국행, 싸늘한 여론 신경도 안 쓴다
- [김인식 클래식] "나도, 야신도 틀렸다. 지금 시기는 감독 능력이 가을야구 판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