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주미대사 "한미일 협력, 쿼드보다 강력…핫라인 구축 기술 검토중"
조현동 주미대사는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두고, 쿼드나 오커스보다 더 강력한 소(小)다자 협의체가 등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조 대사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협력 메커니즘이 명실상부한 최고 수준의 소다자 협의체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밝혔다.
지역적 범위로나 의제 측면, 협의 메커니즘 구조 차원에서도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또 다른 소다자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나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보다 더 강력하다고 봤다.
협력 분야가 안보에 그치지 않고 경제, 첨단기술, 지역·글로벌 협력, 보건, 인적 교류까지 광범위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특히 "장관급에서 국가안보 보좌관, 외교, 국방은 물론 상무, 재무장관까지 정례적으로 협의하기로 한 것은 다른 소다자 협의체에서 찾기 힘든 사례"라고도 강조했다.
조 대사는 "앞으로 상황 변화가 생기더라도 한·미·일 협력이 안정적·제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미래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 나라는 이른바 '핫라인'을 어떻게 구성할지, 구체적인 기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례화된 모임에 쿼드나 오커스같은 별도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도 구상해봤는데, 지금까지 좋은 표현을 발견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은 동해 상에서 이뤄진 한·미·일 합동훈련에서 '일본해'라는 명칭을 써 논란이 됐다. 현재 정부가 미국 측에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그동안 취해온 입장을 볼 때 쉽지 않다는 게 우리 정부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 정부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한다고 해서 한·일 양국이 군사동맹이 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 영해에서 하지도 않을 거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의가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자리였단 해석이 나오면서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대사는 "회의 맥락과 배경을 보면 한·미·일 정상은 특정 국가를 의식하기보다는 복합위기의 시대에 대두하는 다양한 글로벌 도전에 대해 공동의 안전과 번영, 평화, 지속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한·중·일 3국 협의체 의장국으로 연내 정상회의 개최를 목표로 일본, 중국과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돌아온 직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한 게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와는 연관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데이비드 회동 일정이 확정되기 이전에 일본의 방류 결정이 이뤄진 데다, 방류 문제는 3국 정상회의에서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6일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지 1주년이었다. 이에 대해 조 대사는 "하위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리 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면서 "최근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전기차 판매량이 좋은 실적을 보이고, 배터리·태양광에서도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수혜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는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문제도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에 1년 더 유예 조처를 할 수도 있지만, 이참에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방식을 통해 장기 유예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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