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ZA최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한다는 것” [D:인디그라운드(158)]

박정선 2023. 8. 2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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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은 살기 힘들다, 지쳤다, 고달프다, 심지어 화가 난다고 말을 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마땅히 기댈 말과 부탁할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아낌없이 사랑해야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소망의 끈을 놓지 말하야 한다는 것이다.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사자(SAZA) 최우준이 가장 좋아하는 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삶에서 주저앉고 싶고, 나를 흔드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도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악을 해오고 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잠깐의 멈춤을 겪어야 했으지만, 결국 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앨범 ‘이 여름은 가고’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SAZA최우준

-먼저 새 앨범 ‘이 여름은 가고’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려주세요. 2019년 이후, 무려 4년 만의 신보인데요.

원래 2019년 앨범 발매 이후, 다음 정규앨범은 2021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진 이후로 여러 가지 여건상 차일피일 미루다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 싶어 우선 싱글 두 곡을 선보이기로 마음먹고 작업을 했습니다.

2019년 정규 앨범이 일렉트릭 기타 기반의 사이키델릭 록 앨범이었어요. 이후 다음 앨범은 어쿠스틱으로 완전히 다른 사운드의 정규 앨범을 내겠다고 어느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번 싱글은 그 앨범의 예고편 같은 성격의 작업입니다. 기존의 제 작업물과는 달리 ‘서정성’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서정성’이라고요.

네, 내가 그동안 좀 건드려보지 않은 서정성이라는 주제로 곡을 만들고 녹음을 했던 것 같아요. 기타리스트 ‘사자’하면 주로 센 음악, 강렬한 블루스 등을 기억하시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번에는 제 속에도 이런 아련한 감성이 있다는 걸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멜로디로 두 개의 다른 내용의 가사를 썼다는 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멜로디는 같지만 악기 구성과 언어를 달리하면서 완전히 다른, 새로운 두 곡이 만들어졌어요.

제 의도를 정확히 알아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업한 보람이 있네요(웃음). 요즘 나오는 기성 싱글 프로젝트들을 모니터링해 보니 보통 하나의 앨범에 두 개의 트랙을 넣는 추세더라고요. 완성곡 하나에 보컬을 뺀 MR(instrumental) 하나 이런 식으로요. 저는 이왕 두 트랙을 낼 거면 조금 더 특징 있게 두 개의 트랙이 편곡이나 가사가 다른 연주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작업을 해 보았습니다.

-뮤직비디오 작업기도 들려주세요.

이번 뮤비는 AI를 사용해 직접 제작해 보았습니다. 요즘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AI 기술을 조금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어요. 비용 면에서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인 것 같아요. 예전 같았으면 이런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하려면 많은 제작비가 들었을 텐데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단점은 없었나요?

있었죠. 단점은 결과물을 내가 원하는 대로 100%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여러 가지 명령어와 레퍼런스 등을 입력해도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서 나오는 결과물이 복불복이었어요. 영상들을 한 100개 생성하면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은 한두 개 정도였어요. 마치 게임 속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계속 뽑기를 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속히 ‘노가다’라고 하는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 내야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영상을 수집할 수 있었죠. 그렇게 모은 영상들로 뮤비를 제작했습니다. 녹음보다 오래 걸렸던 거 같습니다(웃음).

-뮤직비디오 작업만큼, 혼자 앨범을 만든다는 점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3집부터 제가 녹음, 믹싱, 마스터링의 일련의 과정들을 직접 하고 있는데요, 이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숲을 봤다, 나무를 봐야하는 상황을 번갈아 해야 하는데 그게 전환이 쉽지 않더라고요. 남이 들으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부분들을 가지고 며칠 밤낮을 다시 믹싱하고 마스터링 하는 것이 굉장히 소모적인 걸 알면서도 일단 내가 만족해야 하니까 포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기타, 노래 한 시간 녹음하고 믹싱 마스터링을 일주일 넘게 하면서 ‘내가 뭐 하는 사람이지?’라는 혼돈의 카오스를 느꼈습니다.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서 전과 다른 새로운 도전들도 있었을까요?

새로운 도전은 ‘힘’을 빼고 해야겠다는 다짐이었는데요, 특히 기타 연주를 할 때 그동안은 뭔가 내가 연마해온 테크닉을 써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많았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그냥 욕심을 버리고 어울리게 물 흐르듯이 연주해야지 하는 다짐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워요. 대가들의 연주들을 들어보면 쉽지만, 감동과 재미가 있고 현란하지만 편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제 연주는 쉬우면 재미가 없고 현란하면 억지스럽게 들려서 작업할 때 늘 딜레마에요. 언젠가는 저도 나아지겠죠(웃음).

-대중에게 이 앨범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번 앨범은 ‘가을’이란 단어가 한 번도 들어가지 않지만, 가을을 노래하는 앨범이에요. 지나간 여름과 다가올 겨울 사이에 느끼는 여러 가지 추억, 아쉬움, 미련 등 아련한 감정을 제 노래와 함께 느끼시면 좋겠어요. 제 인생도 이제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거 같네요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2007년 데뷔해 벌써 15년이 흘렀어요.

저의 지금까지의 활동은 ‘여름’이었습니다. 많은 찬란했던 순간과 많은 후회의 순간이 교차하지만, 음악 속에서 열심히 많은 것들을 하고 겪고 살았던 거 같아요.

-그 찬란했던 여름 속에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나요?

힘들었던 순간들은 많았죠. 하지만 음악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물고기가 물 밖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요. 오히려 힘들었던 시기에 작곡과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우울감이나 시련을 잊고 극복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음악의 힘이죠!

-음악적 활동에 있어서 최우준 씨의 신념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 힘든 여건들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음악을 하고, 남기고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심정으로 음악 생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매해 온 곡들 중, 최우준 씨를 가장 잘 설명하는 곡 하나를 대중에게 소개해주세요.

정규 3집 ‘더 사자’(The SAZA)의 수록곡 중 ‘사자 그라스’(SAZA Grass, 가제: 사자 풀 뜯어 먹는 소리)라는 곡이 저의 인생관을 담은 노래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삶을 살겠다는 주제죠.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사자에게 풀을 먹이려고 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웃음).

-이번 앨범이 정규 4집 앨범을 위한 예고편이라고 소개해주셨는데요, 정규 4집은 어떤 앨범이 될까요?

다음 정규 4집 앨범은 100% 어쿠스틱 기타만의 사운드로 만들 예정입니다. 제가 낼 수 있는 다양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로 락, 블루스, 재즈 등을 버무려 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너무 기타에만 천착한 작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보컬의 완성도도 많이 생각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이미 정규 4집 앨범 작업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앨범 외에도 하반기에는 페스티벌과 클럽 공연 등 크고 작은 공연들이 많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최우준 씨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일까요?

도전해야 하는 음악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아마 이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할 것 같지만, 늘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와의 싸움을 해야 하죠. 결과는 없을 것 같아요. 현상만 있을 뿐.

-최우준 씨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목표라기보다는 꿈에 가까운데요. 제가 록, 블루스 등 서양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 음악이죠. 어릴 때 동경했던 전설의 기타리스트들이 출연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유명 페스티벌인 ‘크로스로드 기타 페스티벌’(Crossroads Guitar Festival)에서 연주하는 꿈을 아직 꾸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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