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문재인 정부 집권 7년차'라는 말, 부끄럽지 않나
[이충재 기자]
▲ 일본이 24일 오후1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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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실시한 '원 포인트 개각'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빠졌다. 그가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의 핵심 당사자라고 하나같이 지목하고 있는데 면죄부를 줬다. 이유는 모두가 짐작하듯이 책임을 이전 정부와 전북도에 돌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대통령실은 "당분간 추가 개각은 없다"고 못까지 박았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새 대법원장 후보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국감에서 윤 대통령을 "친한 친구의 친구"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이 후보자에게 종종 법리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학 1년 후배인데다 법률 자문까지 한 사이라면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는 셈인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친분있는 인사를 사법부 수장에 앉힌다는 건 상식밖이다.
윤 대통령은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임명도 강행할 예정이다. MB 시절 '언론 탄압'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을 굳이 기용하려는 이유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지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신이 수사했던 범죄 혐의자이지만 쓸만하다고 판단되면 일말의 거리낌도 없다. 이에 화답하 듯 이동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 세 명에 대한 인사에는 윤 대통령 스타일이 압축돼 있다. 정부의 책임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친분있는 사람을 중용하며, MB 출신 인사들을 선호하는 점이 그렇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된 모든 인사가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건재하고, 숱한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있다. MB 정부 출신 관료 상당수는 윤석열 정부를 지탱하는 핵심 세력이다.
MB정부 축소판... 윤석열 정부 정체성 찾아야
총체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윤 대통령 인사스타일 가운데 가장 큰 잘못은 MB 정부 인사들의 중용이다. 현재 윤 정부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핵심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만 바라보는 일방적 외교정책, 부자 감세로 대변되는 '기업 프렌들리' 경제정책, 반노동∙반시민 정책 등을 주도하고 있다. MB 정부 시절 펴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하지만 퇴행적인 이념 대결을 앞세운 MB 정부의 뉴라이트 정책은 실패로 결론났다. 그 실패의 주역들이 정권을 달리해서 같은 정책을 폈을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보나마나다. 콩 심은 곳에 팥이 날 수는 없는 이치다. 보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국정의 핵심 분야를 맡았던 인물을 다시 써서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다'라는 관용구는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말이다.
더 심각한 건 이들의 무능이 이 정도에 그칠 것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특유의 무오류의 착각이 더해져 최악의 정권이 되지 않을까는 걱정이 앞선다.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전 정부와 야당 탓으로 돌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굳어지고 있다. 대통령에서 시작된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여권 전체에 번져 누구나 일단은 전 정부부터 걸고 넘어지는 게 일상화됐다. 이른바 '무책임병'이라는 돌림병이다.
몇 달 지나면 윤석열 정부는 3년 차를 맞는다. 전 정권 핑계의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 보수 지지층들조차 피로감을 호소한다. "우리가 이러려고 윤 대통령을 찍었느냐"고 묻는 이들도 늘고 있다.
윤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려 했고, 무엇을 하려 하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MB 정부에서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항간에는 '문재인 정부 집권 7년차'라는 비아냥도 돌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도 아니고, 문재인 정부도 아닌 윤석열 정부만의 그 무엇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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