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하자 우려"…공사비 모자라 경호처 자체설계
대통령경호처가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공사비가 부족한 가운데, 다른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도 공사비로 ‘영끌’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중앙일보가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2022회계연도 대통령경호처 소관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호시설 이전 공사를 위해 지난해 예비비로 편성된 99억9800만원 가운데 99억3900만원을 집행했다. 이 중 36억5200만원이 공사비로 쓰였다.
경호처는 ‘실시설계비’로 잡힌 예산 1억6000만원도 세목을 조정해 전액 공사비에 끌어다 썼다. 실시설계란 기본설계를 토대로 현장에서 시설물 규모, 배치, 공사방법과 기간 등 세부적인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과정이다.
경호처는 세목조정 사유로 “건물 노후화에 따라 대통령집무실 유지보수·공사 소요가 많다”며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신규공사가 증가함에 따라 공사 기간이 부족해서 실시설계를 담당 직원이 자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경호처는 또 예산에 편성된 감리비, 시설부대비는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하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회 운영위 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경호처가 수행한 공사명을 보면 ‘방탄창호 설치공사, ICT 센터 조성공사, 경비시설 및 초소 조성공사’ 등 중요성이 높고 공종(工種·공사의 종류)이 다소 복잡한 공사도 있어 보인다”며 “실시설계가 불완전할 경우 준공 후 하자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호처는 서울 강서구 경호안전교육원 훈련동의 외벽 공사와 냉ㆍ난방 기기 교체를 위해 편성된 예산 5억2800만원 가운데 4억5700만원도 용산 경호시설 신규 설치에 썼다. 경호처는 이에 대해 “집무실 이전에 따른 주요 경호ㆍ경비시설을 신규 설치하기 위한 가용예산이 부족해 해당 예산 등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호안전교육원 공사는 2023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위원은 “공사계획과 집행 간 괴리가 발생하고 시설물 노후도 개선 등 본래 사업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대통령 관저 입주 시기가 늦어지면서 외부 경호시설을 빌리는 비용도 당초 예산보다 더 소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 공사 지연으로 취임 후 6개월째인 지난해 11월 초까지 서초동 사저에서 출퇴근했다. 이에 경호처는 당초 예비비로 신청한 ‘대통령경호처 물품 및 장비 이동 비용’ 가운데 2200만원을 외부 경호시설 및 대기공간의 임차료로 썼다. 경호처는 “대통령의 관저 입주 시기가 예정보다 순연되면서 임차 기간이 증가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용산 집무실 이전을 위해 예비비 496억원을 지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타 부처의 예산을 전용해 수백억 원을 더 쓴 것이 드러났다. 국회 운영위 소속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놓고 다른 부처 예산까지 끌어다 쓰더니, 이젠 졸속행정으로 대통령실 안전마저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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