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잼버리 절반만 치른 새만금…205억 예산 중 3억만 남긴다
반쪽 대회로 끝난 전북 부안 새만금 잼버리의 조직위원회가 ‘새만금에서 전국으로 흩어지게 되면서 생겨난 불용액(不用額)’이 전체 사업비의 1.7%라고 밝혔다. 대원들의 조기 퇴소로 새만금에서의 실질적 활동은 당초 전체 예정 기간(12일간)의 절반인 엿새만 진행이 됐지만, 당초 편성된 사업 예산을 사실상 전부 집행 또는 집행할 예정이라는 뜻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정경희 의원실이 24일 조직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직위가 당초 새만금 현장의 체험 학습·셔틀 버스 운용·발전기 임차·주차장 관리 등 명목으로 계약한 사업은 94건으로 총액은 205억139만원이었다. 이는 158개국 4만3000여명 참가자가 12일간(지난 1~12일) 새만금에서 생활하기 위해 편성된 현장 사업들이다.
하지만 예정과 다르게 새만금에서의 활동 기간은 지난 6일까지로, 전체 일정의 절반에 그쳤다. 개막하자마자 부실 운용 논란이 터져 나왔고 태풍 카눈까지 겹치면서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지난 7일 조기 퇴소를 결정했다. 일찌감치 퇴소한 영국(5일)·미국(6일)에 이어 나머지 대원도 8일 전국으로 흩어졌다. 당시 대피 계획을 발표한 행정안전부는 “더 이상 새만금에서의 활동은 없다”(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고 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태풍으로 인한 대피 후 불용액’을 3억4248만원으로 집계했다. 불용액이란 예산에 편성돼 있던 예정사업이 중지됨으로써 지출의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경비를 뜻하는 회계 용어다. 다시 말해 전체 일정의 절반이 사라졌음에도 3억4248만원만 빼고 201억1049만원을 이미 집행했거나 집행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야영 텐트 2만3736개, 매트 4만3000개 제작’(33억5551만원)처럼 이미 행사 전 사업이 끝나 불용액이 발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체험 활동이 목적인 잼버리 특성상 일정에 영향을 받는 사업이 많다. 예컨대 ‘고사포 숲 밧줄 놀이 및 해양활동’(3억6364만원)이나 ‘익산 왕궁리 유적지 체험’(1억2800만원) 같은 현장 학습 사업만 30개 안팎인데, 불용액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중 ‘고사포 숲밧줄놀이 및 해양활동’ 사업을 진행한 업체는 앞서 정경희 의원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전라북도 A 업체는 자본금은 1억원이고 2021년 기준 직원 3명뿐이었는데 2년간 23억 5900만원이 넘는 잼버리 관련 용역을 수주했다”고 지적한 그 업체다. A 업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을 지역위원회 직능위원장이기도 하다.
이밖에 체험이 아니더라도 ‘잼버리 현장활동 사진 촬영 용역’(2000만원), ‘대표단장 회의’(1691만원) 등 사람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는 사업 비용들도 불용액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불용액이 발생한 사업은 20건이었다. 가장 많이 발생한 사업은 ‘잼버리 과정 활동 프로그램 리워드 제작’으로 원래 4억1773만원 예산이 편성됐다가 체험 학습 축소로 1억2573만원이 불용됐다. 이어 ‘허브본부 운영’(당초 사업비 8억3000만원)에서 4498만원, ‘샤워장 청소 용역’(4750만원)에서 2649만원, ‘특수차량 장비 임차’(3975만원)에서 2635만원의 불용액이 있었다.
‘폭염대비 생수 구입’엔 9699만원 예산이 편성됐는데, 7960만원만 써서 불용액이 1738만원이었다. 폭염 경고가 행사 전부터 쏟아져 나왔음에도 생수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가 조기 철수로 인해 예산이 남았다. 이밖에 ‘외부 방문객을 위한 셔틀버스 운용’(1530만원)에서 156만원, ‘주차장 관리 용역’(1419만원)에서 457만원, 케이터링 서비스(1100만원)에서 120만원 등의 불용액이 있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당초 조기 취소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계약한 것이 아니어서 돈을 되돌려받는 데엔 애로 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직위 관계자도 “조기 철수 후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된 업체들에 ‘계약금을 전부 줄 수 없다’는 얘기를 꺼냈었다가 엄청난 항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여러 잼버리 관련 용역을 발주한 전북도청 관계자 역시 “계약금은 계약서대로 줘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업체 측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잼버리에서 체험 사업 용역을 수주한 한 업체 관계자는 “체험을 진행하려면 미리 구조물 등 기반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우리는 계약대로 행사 전에 설치를 완료했다”며 “그 비용이 상당한데, 단순히 이후 일정이 축소됐다고 해서 돈을 덜 받아야 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 교수는 “전라북도가 애초 조기 취소될 가능성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계약했던 것 같다”며 “실제 어느 항목에서 어떤 비용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희 의원은 “멀쩡한 대지를 놔두고 생 갯벌을 부지로 밀어붙인 전북과 5년 내내 손 놓고 있던 문재인 정부 때문에 새만금 잼버리는 행사를 절반밖에 진행 못 했다”며 “대다수 계약을 진행한 전북도와 부안군은 하지도 않은 행사에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계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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