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S 무보직 억대 연봉 1666명"…남영진 해임 사유 셋

김기정 2023. 8.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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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해임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주요 해임 사유는 ‘KBS 방만경영 방치ㆍ악화’였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300억원에 이르는데도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7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앞에 근조화환들이 놓여져 있다. 뉴스1

①무보직 억대 연봉자 1666명=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KBS, 방통위 등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KBS 4145명의 직원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2322명이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았다. 이 중 무보직 억대 연봉자는 1666명이었다. KBS는 부서장급 보직자에겐 ‘M직급’, 보직 없는 평직원에겐 ‘G직급’을 부여한다. G직급은 ‘0~7’까지 부여되는데, 이중 G0ㆍG1ㆍG2 직급은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는 무보직자다.

이에 대해 KBS는 “‘무보직’은 콘텐트 취재·제작이 주 업무인 방송사의 특성상 보직을 맡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는 무수한 직원을 포함한 개념”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결과 무보직 고위 실무자 상당수가 취재ㆍ제작과 무관한 부서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 제재 협력 및 방송모니터링이 주 업무인 ‘심의실’은 직원 43명 중 39명(90.7%) ▶각종 민원처리 및 견학사업 업무를 하는 ‘시청자서비스부’는 23명 중 16명(69.6%) ▶보육시설 관리 및 직장 체육활동 업무를 하는 ‘후생부’의 18명 중 9명(50%)이 보직 없이 억대연봉을 받고 있었다.

김 의원은 “그동안 KBS의 도를 넘는 방만경영과 후안무치한 행태를 이사회가 전혀 감시ㆍ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집행기관인 KBS의 거수기 역할을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대통령직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이사회 정파적 운영=방통위는 이사회의 ‘정파적 운영’도 남 전 이사장의 주요 해임 사유로 꼽았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미디어오늘 대표 출신인 남 전 이사장이 문재인 정부가 실행한 방송 장악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정파적 이익을 목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했다”고 했다.

방통위가 꼽는 KBS이사회의 정파적 운영 사례는 우선 윤석년 전 이사 해임건의안을 남 전 이사장을 비롯한 야권이사들이 반대해 부결시킨 경우다.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장이던 윤 전 이사는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KBS 경영평가보고서’에 기재된 ‘불공정 방송’ 대목을 삭제한 것도 정파적 사례로 꼽힌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확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업무추진비 부정 사용=지난달 13일 보수성향인 ‘KBS 노동조합’은 남 전 이사장이 법인카드 등 업무추진비를 부정 사용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며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 이에 한 달간 조사를 벌인 권익위는 22일 “남 전 이사장의 혐의는 부패방지법상 감사ㆍ수사ㆍ조사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관련 자료를 대검찰청과 방통위에 이첩하겠다고 밝혔다.


남영진 “해임 절차와 사유 모두 위법”


남 전 이사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을 피고로 21일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22일 집행정지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자신에 대한 해임은 절차와 사유 모두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31일 남 전 이사장이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열 계획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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