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말한다, 용기를 키워라...잘파세대에 먹힌 '성공의 비밀' [Cooking&Food]
식품업계, 그랜드·점보·빅 등 ‘몸집 키운 제품’으로 소비자 공략
그랜드·점보·자이언트·빅·트렌타. 요즘 화제가 되는 제품의 이름 옆에 붙여진 단어들이다. 읽는 법은 다르지만, 뜻은 같다. 바로 ‘대용량’이다. 일반적인 컵보다 용량이 2.5배 커진 음료수, 8.5인분으로 확 커진 컵라면, 마시멜로 함량을 12% 늘린 초코파이, 중량을 1.5배 키운 배 커진 삼각김밥까지, 몸집을 키운 제품이 화제다. ‘거거익선(巨巨益善)’ 흔히 TV 화면이 클수록 몰입성이 높아져 좋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인데, 올해는 식품업계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트렌드의 포문을 연 건 편의점이다.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편의점은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유통시장에서 백화점 매출 비중은 17.6%, 편의점은 16.6%, 대형마트는 13.3%로 나타났다. 2021년 대형마트 매출 규모를 넘어선 데 이어 이젠 백화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접근성이 뛰어난 장점을 내세운 편의점은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화제성에 주목해 개발한 ‘점보도시락’ 큰 인기
‘야쿠르트 그랜드’ 누적 판매량 1억병 돌파
소비자의 목소리도 제품의 몸집을 키운다. 팬(Fan)과 소비자(consumer)를 합한 ‘팬슈머(Fansumer)’의 영향력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식품업계의 키워드다. 단종되었던 제품이 소비자의 요구에 재출시되거나 업그레이드되기도 한다. 기업은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실패 위험은 줄이면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에 윈윈이다. 오뚜기는 올해 4월 기존 컵누들 소컵보다 중량을 1.6배 늘린 ‘컵누들 큰컵’을 출시했다. 컵누들은 국내 최초의 당면 형태 용기 라면으로, 녹두 당면을 사용해 일반 용기라면 대비 낮은 칼로리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다이어트’를 위한 제품으로 꾸준히 인기를 이어왔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는 ‘1개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양으로 든든하게 즐기고 싶다’ 등 소비자의 요구가 꾸준히 올라왔다. 이에 오뚜기가 제품 출시 20년 만에 ‘큰컵’으로 응답한 것이다.
‘빅 사이즈 초코파이’로 잘파세대 공략
가성비는 대용량 제품의 인기의 주요 원인이다. 식품 마케터 황여정씨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의 지갑이 닫힌 시기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것보다는 스테디셀러 아이템의 사이즈에 변화를 줘서 SNS에서 바이럴되도록 만드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과 고물가 이어진 올여름, 음료 시장은 대용량 제품에 주목했다. 갈증 해소를 위해 시원한 커피를 찾는 사람이 늘었는데, 이왕이면 여러 잔을 사는 대신 용량이 큰 제품을 사서 종일 마시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윤세노씨는 “하루에 커피를 한잔 마시는 사람보다는 2~3잔 마시는 사람이 많은데, 이때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고 용량이 큰 제품을 사서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5일부터 아이스 커피를 트렌타 사이즈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개점 24주년을 맞아 9월까지 콜드 브루, 자몽 허니 블랙 티, 딸기 아사이 레모네이드 스타벅스 리프레셔 등 3종을 30온스(887mL)의 대용량으로 한정 판매하기로 했는데, 출시 약 3주 만에 누적 판매 60만잔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자 아이스 커피로 확대한 것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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