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폭장치 오류로 발사 실패” 주장… 전문가 “3단 비행 진입은 기술적 진전”

정우진 2023. 8. 2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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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4일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에 나섰다가 재빨리 실패를 인정하면서 그 원인으로 '비상폭발체계 오류'를 지목했다.

지난 5월 31일 1차 발사 때는 2단 엔진이 작동하지 않아 추락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는 1~3단 로켓 모두 정상 작동했으나 발사체 핵심 기술과는 무관한 부수적인 장치의 오류로 실패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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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엔진·연료 결함 보완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6월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24일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에 나섰다가 재빨리 실패를 인정하면서 그 원인으로 ‘비상폭발체계 오류’를 지목했다. 비상폭발체계는 발사체가 예정된 궤도를 벗어나거나 발사 후 지휘 결심이 변경되는 등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자폭장치다.

지난 5월 31일 1차 발사 때는 2단 엔진이 작동하지 않아 추락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는 1~3단 로켓 모두 정상 작동했으나 발사체 핵심 기술과는 무관한 부수적인 장치의 오류로 실패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1차 발사 실패 후 3개월 만에 엔진·연료 계통 결함을 보완해 3단 비행까지 진입한 것은 분명한 기술적 진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우주에 올라간 후 3단 로켓에 이상이 발생해 의도적으로 지상 명령에 의해 폭발시킨 게 아니라, 기술적 오작동 발생으로 의도치 않게 비상폭발체계가 폭발해 3단 로켓이 폭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10월에 바로 3차 발사를 하겠다는 것은 1~3단 로켓의 작동 및 단 분리 등에는 문제가 없고 비상폭발체계의 문제라고 확신해 재발사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3개월 만에 엔진의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를 해소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실패를 두고 북한이 9·9절(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 등 정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재발사를 무리하게 앞당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우주로켓 발사에 실패하면 최소 6개월간 면밀한 조사를 통해 실패 원인을 규명하고 철저한 수정 작업을 거치는데, 북한의 이번 발사는 매우 이례적이고 성급했다”며 “결국 제대로 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보다 김정은의 국방 치적을 쌓는 게 핵심이었다는 반증”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고 원인 진단을 이렇게 빠르고 쉽게 하는 것도 문제”라며 “숨겨졌거나 아직 나타나지 않은 문제점들이 수없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3차 발사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발사체가 상공을 통과한 일본 오키나와현에선 실내로 대피하라는 긴급 경보가 발령된 반면, 국내에는 별도의 경계경보가 없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 발사체가 백령도 서쪽 33㎞ 해상을 벗어났고 우리 국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경보 발령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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