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부담 없다더니… “1750만원 내라”는 승마協

이누리 2023. 8. 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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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승마 선수들이 약 1750만원에 달하는 출전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승마협회 역사상 국제 대회 출전 비용을 선수들이 자비 부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승마협회는 지난 5월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항저우아시안게임에 파견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을 부담하는 전제로 참가 의사 확인서를 제출하게 한 바 있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의 부담액도 2000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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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출전 선수들에 요구 논란
국제대회 출전 자비 부담은 처음
출국 일정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현지 적응·훈련도 큰 차질 우려
대한승마협회 공식 로고. 대한승마협회 제공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승마 선수들이 약 1750만원에 달하는 출전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출국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선수들 사이에선 현지 적응 등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승마협회는 전날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에게 공문을 통해 ‘자부담 출전비 산출내역’을 발송했다. 선수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1750만원. 협회는 “조직위원회의 숙박비, 건초 등 비용이 확정됐으며, 선수의 대회 체류 일정 및 적하보험 가입, 그룸 운영비(말 관리사 인건비) 변경 등에 따라 유동적이며, 대략적인 선수 자부담 비용 참고를 위해 산출됐다”고 설명했다.

승마협회 역사상 국제 대회 출전 비용을 선수들이 자비 부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료는 대한체육회가 전액 부담하지만, 그 외 숙박비, 마방비(말 숙식에 필요한 비용), 톱밥건초사료, 적하보험 등은 선수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승마협회는 지난 5월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항저우아시안게임에 파견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을 부담하는 전제로 참가 의사 확인서를 제출하게 한 바 있다. 선발 명단에 든 선수들은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출전이 급하니 어쩔 수 없이 동의서에 서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비판이 커지자 체육회는 지난 6월 전 종목 단체에 공문을 내려 선수들의 출전비용 자비 부담을 사실상 금지했다. 해당 공문에는 “추후 협회자비가 아닌 개인자비 인원으로 확인되는 경우, 대회 파견을 취소함”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체육회 지침에 승마협회는 대한항공 등의 협조를 얻어 9월 중순 인천공항에서 항저우까지 화물 전세기로 이동하는 임시 노선을 확보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의 부담액도 2000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줄어든 금액 역시 선수들에게 부담인 것은 마찬가지였고, 출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선수는 “1억이든 1750만원이든 내기 어렵다는 입장은 여전하다”며 “협회는 선수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 중 대회 기간 사료비와 말 관리사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고 했지만 이 금액이 어떻게 책정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관리사 인건비의 경우 관리사가 인당 1명씩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보다 높게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서영 승마협회장은 지난 3일 “비용절감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선수 자비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한 건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승마협회 관계자 역시 “만약 줄어든 금액마저도 체육회에서 협회가 부담해야 한다고 하면 기금을 털어서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약속은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재원 마련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출국 및 검역 일정이 늦어져 현지 적응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승마 대표팀 선수단의 체류기간은 9월 21일부터 10월 7일까지다. 대회 첫 시합이 9월 26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수들은 현지 적응과 훈련에 필요한 기간이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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