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팬데믹 이후 교회가 택할 방향

2023. 8. 2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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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독일에서 미디어와 종교의 접점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국제학회가 열렸다.

흥미로운 현상과 연구가 많았지만, 팬데믹 이후 첫 모임이었기에 코로나가 불러온 종교의 변화에 관한 논의가 가장 주목거리였다.

개최지인 유럽 학자들의 주도 아래 이번 학회의 대주제가 '메타포와 허위정보: 미디어가 이끄는 세상의 종교'로 정해진 것 역시 그 부정적 함의를 반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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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서울여대 교수·언론영상학부)


이달 초 독일에서 미디어와 종교의 접점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국제학회가 열렸다. 원래는 격년마다 열려야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연기와 취소, 온라인 개최를 거듭하다 대면으로는 5년 만에야 성사된 모임이었다. 28개국에서 모인 100여명의 연구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소개, 해석하고 그 함의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흥미로운 현상과 연구가 많았지만, 팬데믹 이후 첫 모임이었기에 코로나가 불러온 종교의 변화에 관한 논의가 가장 주목거리였다. 그런데 그 변화의 세부적 내용을 접하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유럽과 미국, 남미 등 도처에서 제도 종교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비관적 전망의 근거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개최지인 유럽 학자들의 주도 아래 이번 학회의 대주제가 ‘메타포와 허위정보: 미디어가 이끄는 세상의 종교’로 정해진 것 역시 그 부정적 함의를 반영한 것이었다. 지금 종교는 글로벌 차원에서 각종 허위와 거짓된 신념, 차별과 혐오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학자들의 논의를 종합하면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자리한다. 하나는 미디어 측면의 이야기로서, 코로나 국면이 강제한 비대면 상황 때문에 모든 종교집단의 미디어 의존성이 갑자기 늘어났을 뿐 아니라 디지털 및 소셜미디어의 짧은 호흡, 이미지 중심의 단편적 소통이 진영 간 단절 등 여러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탈(脫)진리’ 시대의 정치적 측면이다. 유럽 다수 국가에서 극우적 성격의 정치세력이 부상하는 과정에 종교집단과의 결탁이 빈번하면서 각종 허위정보, 음모론과 더불어 종교 중심의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힘을 얻고 있다. 두 가지 측면 모두 한국 사회, 미디어, 종교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설명, 예측하는 것들이어서 무심하게 지나치기 어렵다.

이런 변화와 배경을 고려하면 우리는 세속사회 속 종교의 위상을 평가할 때 한층 더 면밀해야만 한다. 먼저 종교가 세속사회의 지배적·주류적 가치와의 차별성을 확보했는지부터 잘 따져야 한다. 무릇 종교의 종교다움이란 거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종교가 세속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그 사회적 역할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차별성, 즉 ‘다름’만으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승인되는 것도 아니다. 종교가 세속화되지 않고 차별성을 성공적으로 유지한다 해도 그 방향은 하나일 수 없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적 가치와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개혁적 사회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편견과 낙인의 주요 생산자로서 날로 심각해지는 혐오와 적대, 폭력과 전쟁의 뒷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학회에서 연구자들의 결론은 세계 종교가 팬데믹을 거치며 후자의 모습에 수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국교회도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코로나 기간 한국 사회에서 종교에 대한 신뢰도는 회복이 가능할지 의심될 정도로 크게 악화했고 개신교를 비롯한 제도 종교들은 돌파구를 찾으려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전자와 후자 중 어떤 방향을 택할 것인가? 결국 종교다움을 지켜내는 데 필수적인 지배적·주류적 가치와의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나아가 종교로서의 ‘다름’의 정수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의 문제다.

공공성과 공적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종교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는 일이기에 결코 단순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복잡할 것도 없다. 사랑과 자비, 포용과 평화의 방향인가 아니면 차별과 혐오, 적대와 폭력의 방향인가의 선택은 자명하다. 본디 진리의 순전함이란 이해타산의 복잡한 셈법과 거리를 둘 때 비로소 발견되는 것 아닌가.

박진규(서울여대 교수·언론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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