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되찾아야 할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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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전에 겪은 방황과 죄에 대한 고백이 담겨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책 후반부에는 그의 신학과 함께 서구의 철학과 신학의 기초가 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이론은 수많은 학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해석학자인 폴 리쾨르는 자신의 저서 '시간과 이야기'의 첫 부분을 '고백록'의 시간 이론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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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전에 겪은 방황과 죄에 대한 고백이 담겨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책 후반부에는 그의 신학과 함께 서구의 철학과 신학의 기초가 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특히 11권에는 그의 시간 이론이 나오는데, 바로 이것이 필자의 성서해석학 연구에 기초가 됐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이론은 수많은 학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영국의 과학철학자 JJC 스마트가 편집한 ‘시간과 공간의 문제’는 ‘고백록’ 11권의 시간 이론에서 시작해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시공간 이론에 관해 쓴 글로 끝납니다. 그리고 뛰어난 해석학자인 폴 리쾨르는 자신의 저서 ‘시간과 이야기’의 첫 부분을 ‘고백록’의 시간 이론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이처럼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이론이 여러 분야의 여러 학자에게 주목받아온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시간에는 우주적 시간과 인적 시간이라는 두 차원이 있는데, 그 이전의 학자들은 천체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우주적 시간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처음으로 인적 시간이라는 차원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이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시간을 말하며 살기 때문에 시간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시간이란 것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없고,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으니 없고, 현재는 ‘아, 지금’ 하는 순간 지나가 버리니 말입니다. 같은 이유로 그는 시간의 길이를 잴 수 있는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그가 “시간이 있다면,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해결의 길이 열립니다. 시간이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의 마음에 그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말입니다. 그는 현재 과거 미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현재(또는 현존)는 ‘현실에 현존하는 것이 마음에 현존하는 것’ 과거는 ‘현실에 현존한 것이 마음에 현존하는 것’ 미래는 ‘현실에 현존할 것이 마음에 현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현재 과거 미래를 각각 ‘주목’ ‘기억’ ‘기대’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그는 시간을 현실과 마음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인적 시간에 대한 이해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세간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시간 이론과 기억 이론에 관한 관심도 크게 일어났습니다. 시간이 공간과 함께 존재와 삶의 기본 조건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분야의 선구자가 신학자라는 것을 아는 그리스도인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기억이 시간의 열쇠가 되고, 다시 시간이 영원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오래전에 깨닫고 글로 남겼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 소중한 유산을 되찾으면 좋겠습니다.
박정관 목사
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
장로회신학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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