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고민 들어드립니다… 파라솔 안으로 들어오세요”

우성규 2023. 8.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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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전철역 앞에 파라솔 하나를 세운다.

장 목사는 일주일에 한 번 경기도 고양의 한 전철역에 파라솔을 세운다.

대가 없이 누구든 파라솔 안으로 들어와 고민을 나누는 사역이다.

장 목사가 말하는 파라솔처치 사역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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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파라솔처치입니다’ 저술한 장상태 목사
장상태 파주 좋은우리교회 목사는 경청의 달인이다. 상대가 “직장 상사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면 “아, 직장 문제로 힘드시군요”라고 말꼬리를 활용해 대화를 이어간다. 걸그룹 마마무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음오아예’를 활용해 ‘음~’ ‘오~’ 식으로 공감의 감탄사를 아끼지 말라고 조언한다.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 교회에서 파라솔처치 사역을 설명하는 장 목사. 파주=신석현 포토그래퍼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전철역 앞에 파라솔 하나를 세운다. ‘고민을 들어드립니다(무료)’란 현수막을 내걸고 상담자를 기다린다. 15년 고시공부를 했으나 계속 낙방해 지금은 지하 단칸방에서 산다는 40대 미혼 남성이 불쑥 들어와 테이블 위의 음료수를 보고 묻는다. “이거 마셔도 돼요?”

약간의 정신 장애가 있다고 스스로 밝힌 남성은 계속된 시험 실패로 농약을 마셔보기도 했고 부모와도 왕래가 끊어졌다고 했다. 종일 거리를 걸어 다니며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욕설로 내뱉는 그는 40여분 파라솔 안에서 감정을 쏟아낸 뒤 다시 불쑥 밖으로 나갔다. 10여분 뒤 그는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요구르트 10개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놓고 갔다. 돈이 없어 식사도 며칠에 한 번씩 한다는 그였다.

‘어서오세요 파라솔처치입니다’를 저술한 장상태(51) 목사가 책에서 밝힌 어느 40대 중년 남성과의 만남이다. 장 목사는 일주일에 한 번 경기도 고양의 한 전철역에 파라솔을 세운다. 대가 없이 누구든 파라솔 안으로 들어와 고민을 나누는 사역이다. 흉기 난동 직전의 분노남, 왕따를 지속적으로 당해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끼는 초등학생, 불면증에 시달리는 골드미스, 남편을 먼저 보내고 빚을 떠안은 할머니 등등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어렵고 외롭고 절박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도심 속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을 찾아 거리로 나선 파라솔처치 이야기가 책에 담겨있다.


“정말 죽음 직전까지 몰린 사람들이 파라솔에 들어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할 때 주저하는 사람이 없어요. 내가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의심할 여유조차 없는 겁니다. 불쑥 들어와 극단적 선택 시도를 해봤다.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힘들다. 고통스럽다. 이렇게 시작해 쏟아냅니다. 마음의 짐과 고통이 너무 크니까 자기 이야기를 하기 바쁩니다.”

장 목사가 말하는 파라솔처치 사역의 일상이다. 그는 현재 경기도 파주에서 상가교회인 좋은우리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임대아파트 1500여 세대가 밀집해 있는 곳에 있는 상가로 한계 상황에 놓인 이웃들이 다수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를 먼저 생각하는 선교적 교회로 주일엔 이들과 예배를 드리고 주중엔 또다시 하루를 빼내 파라솔을 들고 생면부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것이다.

장 목사는 상담자들이 원할 경우에만 자신이 목사임을 밝히고 함께 기도하자고 말한다. 이후 교회의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신의 교회가 아닌 전문 사역자가 소속된 교회를 연결해 준다. 지난 21일 파주 좋은우리교회에서 만난 장 목사는 거리의 상담 방문자들로부터 “아저씨가 목사였어요? 목사가 이런 일도 해요?”란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교회를 정착시키고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스스로 사회선교사로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선교사, 멀리 해외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가장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는 사회선교사를 말합니다. 교회의 부흥도 중요하고 그걸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지역에 스며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특별히 거리에서 교회 건물로 찾아올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서사역 주보인쇄 등으로 스스로 벌어서 일하는 목회자인 그는 파라솔처치가 정년 없이 계속해야만 하는 평생 사역이라고 강조했다. 장 목사는 특별히 목회와 상담 경험이 많은 은퇴 목회자들이 동역하는 단체인 파라솔미니스트리에 함께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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