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19) 안식년 앞당겨 캐나다 유학… ‘일터사역’ 이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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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도 진행하고 잡지도 냈지만 일터사역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바가 없었다.
일터사역 지식이 부족해 아쉽던 차에 캐나다 밴쿠버 리젠트신학교의 폴 스티븐스 교수가 이를 가르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식년을 보내면서 스티븐스 교수에게 일터사역을 배울 수 없을까 궁리했다.
안식년 기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귀국 후 신학교에서 일터사역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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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장길에 스티븐스 교수 만나
대화 나누는 중 교환교수로 초청받아
세미나도 진행하고 잡지도 냈지만 일터사역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바가 없었다. 일터사역을 다룬 책을 읽기는 했으나 당시엔 관련 서적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일터사역 지식이 부족해 아쉽던 차에 캐나다 밴쿠버 리젠트신학교의 폴 스티븐스 교수가 이를 가르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식년을 보내면서 스티븐스 교수에게 일터사역을 배울 수 없을까 궁리했다. 마침 1996년 가을에 캐나다 출장 갈 일이 생겨 그분께 연락해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생전 처음 만난 이와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는데 스티븐스 교수가 나를 리젠트신학교 교환교수로 초청하겠다고 했다. 자녀들의 학업 문제도 있어서 2년 후에나 안식년을 가질 생각이었는데 스티븐스 교수는 당장 내년에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기쁘면서도 한편 당황스러웠다. 내 생애에서 또 한 번 ‘여호와 이레’를 실감하던 순간이다. 주님이 나보다 앞서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때 가지 못했다면 아마도 일터사역을 연구할 기회를 영영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밴쿠버에 도착해 몇 달이 지나지 않아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캐나다로 갈 때 필요한 돈을 다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현지 체류를 포기하고 귀국해야 했을 것이다. 또 그때 나가지 않았다면 외환위기로 다시 캐나다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게 하나님의 인도라는 것을 실감한다.
리젠트신학교에서 1년 동안 스티븐스 교수와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일터사역뿐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일상 신학과 영성에 대해 새롭게 익힐 수 있어 유익했다. 학생 신분이 아니기에 원하는 강의를 아무런 부담 없이 마음껏 들을 수 있던 것도 장점이었다. 그때 들었던 수업 중 ‘일터사역’과 ‘일상의 신학과 영성’이란 두 과목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신학교에 다닐 땐 들어보지 못한 개념이었다. 몇 년간 해온 일터사역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기회가 됐다. 이때 배운 내용은 일전의 내 논문에서 다룬 ‘복음주의의 사회참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안식년 기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귀국 후 신학교에서 일터사역을 강의했다. 이전까지는 직장인 성도에게 실무 위주로 강의했다면 스티븐스 교수 덕에 이 주제를 이론적으로 신학생에게 강의할 수 있었다. 이때 내 수업은 당시 국내 신학교에선 한 번도 가르치지 않았던 내용으로 알고 있다.
나는 지금도 ‘일터사역’과 ‘일상의 신학과 영성’ 이 두 가지 과목은 신학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터에서 생활하는 모든 성도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신학이라서다. 성도들이 바른 교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주나 금전 등 현실적인 문제에 신학적 답을 갖는 것이 더 긴요하지 않은가 싶다.
이후에도 미국이나 호주에서 열리는 일터사역 콘퍼런스나 세미나에 참석해 여러 가지를 배웠다. 해외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일터사역 관련 연구뿐 아니라 사역 경험도 많고 다양한 걸 보고 놀라곤 했다. 한국교회도 이런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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