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일본 오염수 첫 방류…한일 ‘30년 숙제’ 시작
일본 도쿄전력이 24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5개월여 만이다. 방류 오염수는 4~5년 후 한반도 인근 해역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수를 완전히 방류하는 데는 최소 30년이 소요돼 오염수 문제는 한·일 간 장기 현안이 될 전망이다.
NHK와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이날 오후 1시3분부터 바닷물로 희석한 후 방류했다. 오염수는 원전 앞바다 1㎞까지 해저로 뚫은 터널을 통해 바다로 이동했다. 도쿄전력은 희석을 통해 삼중수소 농도를 일본 규제 기준(6만 베크렐)의 40분의 1인 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날부터 하루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t을 방류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3월까지 한 차례에 7800t씩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했다. 이렇게 총 3만1200t이 방류된다. 현재 원전 설비에 고여 있는 오염수 134만t의 2.3% 수준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완전히 방류하는 데 최소 3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오염수가 매일 90t씩 새로 발생하고 있어 실제 방류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늘 오후 일본 측이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로 시작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 표현엔 오염수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곤혹스러운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국내에는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검증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국내 여론을 신경 써야 하는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과학적·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오염수 방류를 찬성·지지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 총리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의 문제 가능성까지 고려해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점검하기 위한 모니터링에 주력할 예정이다. ▶매시간 방류 정보 업데이트 ▶매일 일본의 서면 자료 검토 ▶매주 일본 측과 화상회의 ▶2주마다 한국인 전문가 ‘IAEA 후쿠시마 현장 사무소’ 방문 ▶매달 일본 공해상 8개 지점서 방사능 수치 측정 등의 방식으로 시간·일간·주간·월간 단위로 모니터링 절차를 진행한다.
“다층적 모니터링 체계 만들고 한·일간 지속 협의해야”
한국인 전문가의 첫 후쿠시마 현장 사무소 방문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지만 당장은 우리 해양 생태계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일본의 방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정부 설명과 이를 믿기 어렵다는 야당·시민단체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오염수 문제가 한·일 관계의 장기 숙제가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오염수 방류 초기에 구축한 다층적 모니터링 체계를 3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인해 정부는 총 1만950회에 걸쳐 일본이 작성하는 오염수 방류 서면 자료를 검토해야 하고, 약 1500회의 화상회의와 780회의 현장 방문을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핵심 설비인 ALPS 고장 등의 이유로 목표치까지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방류되는 사례가 발견될 경우 일본에 대한 불신과 한·일 갈등 요소로 부상할 소지가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IAEA 전문가들이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계획대로 방류가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있다”고 밝혔다. IAEA는 이날 오염수 처리부터 방류에 이르는 단계별로 수집된 안전성 평가 데이터 여섯 가지를 처음 공개했는데 모두 정상 범위였다. 가장 관심이 큰 희석 후 방류된 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L당 206베크렐로, 운영 기준치(L당 1500베크렐)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오염수 방류의 과학적·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되고 이를 통해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할 수 있는 다층적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나아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 이상으로 방류 과정과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한·일 간 지속적인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이날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가 식품 안전에 가져다줄 방사성 오염 위험을 방지하고, 중국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며, 수입 식품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을 기해 일본이 원산지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본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시름이 깊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쪽으로 약 60㎞ 떨어진 이와키시 오나하마항에서 어선 관리 일을 하는 요시다(36)는 “다들 걱정이 많지만 방법이 있나”며 “그냥 계속 바다로 나가는 수밖에”라고 말했다. 이와키시의 대표적 수산시장인 ‘라라뮤’에서 만난 60대 상인은 “한동안 손님이 크게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했다.
후쿠시마=이영희·김현예 특파원, 이승호·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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