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새벽훈련…“2위 탈환” 인터넷도 끊었다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 선수촌은 요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선수가 오전 6시에 모여 몸을 풀기 시작하고, 자정이 되면 와이파이가 자동으로 차단된다. 30일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다.
장재근 선수촌장은 24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D-30 행사에서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 매일 떨린다”며 “그동안 대회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훈련 시스템에 여러 가지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새벽 훈련 의무화’가 그 첫 번째다. 장 촌장은 “예전에는 새벽 훈련을 선수 자율에 맡겼지만, 지금은 의무적으로 전원이 참가한다. (새벽 훈련이) 경기력 향상과는 관계없을지 몰라도, 집중력을 높이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과거 태릉선수촌 시절에 2주에 한 번씩 진행하던 단체 산악 훈련도 부활했다.
선수촌 내 인터넷 사용에도 제한을 뒀다. 장 촌장은 “선수들이 쉴 수 있도록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5시간 동안 와이파이를 차단했다”며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한시적으로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 지속 여부는 대회가 끝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댄스 스포츠(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헌우(36)는 이런 환경이 다소 낯설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브레이킹은 ‘힙합’에서 파생한 종목이다. 그동안 자유롭게 생활해왔는데, 요즘 선수촌에서 ‘스포츠인’으로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감사하다”며 장난스럽게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김헌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단체 생활을 하는 선수라면 대한체육회 규정을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새벽 훈련 때 체조 시간이 있는데 브레이킹 선수들이 춤을 추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한국 브레이킹을 아시아에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선수단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독 고삐를 조이는 이유가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 49개를 따내 일본(75개)에 26개 차 뒤진 종합 3위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0개를 넘기지 못한 건 1982년 뉴델리 대회(28개)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었다. 장 촌장은 “한국은 당시 세대교체 과정에 있었고, 선수촌 생활에서 자율성을 강조했다. 반면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위해 한창 투자를 많이 하던 시점이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이번 대회에선 금메달 10개 이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각 종목 대표 선수들도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펜싱 남자 사브르의 간판 구본길(34)은 “이번 대회가 내게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다. 4연패를 위해 다른 대회보다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 대회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면, 아시안게임 통산 금메달 7개로 역대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탁구 대표팀 신유빈(19)은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될 뻔했지만, 대회가 1년 연기된 덕분에 값진 기회를 잡았다. 그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라 설렌다. 선수단 중 키는 가장 작아도 꼭 아시아 정상에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항저우 대회를 은퇴 무대로 삼은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대표 김현우(35)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한국 레슬링의 성적이 좋지 않아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천=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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