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카카오 리스크’로 신사업 스톱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8. 2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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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인터넷은행…각 사별 과제는
케뱅은 IPO 요원…토뱅, 자본 확충 절실

인터넷전문은행 가입자 40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뒀지만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밝다고 보기는 힘들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 중심 여신 포트폴리오 개선이 과제다. 대주주인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신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점도 마뜩잖다.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토스뱅크는 채권 평가손에 취약한 자산 포트폴리오 보완, 자본 확충 등이 숙제다.

[카카오뱅크] 여신 다각화 과제

대주주 리스크로 신사업 제동

카카오뱅크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여신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비중을 늘리고 신용대출 비중은 낮춰야 한다. 설립 목적상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 연체율 관리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손익 관리를 위해서는 담보대출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올 2분기 카카오뱅크의 상품별 여신 잔액 추이에 따르면,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 비중은 약 47%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중은행은 담보대출 80%, 신용대출 20% 정도 비중이다.

둘째, 최대주주 리스크다. 대주주인 카카오가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카카오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자격 요격을 규정한다. 대주주 자격 요건은 인가뿐 아니라 인가 유지에도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신사업 확장에 최대 걸림돌이다. 카카오뱅크가 진행 중인 마이데이터 신사업은 카카오의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로 지난 5월 허가 심사 보류가 결정됐다.

[케이뱅크] 기업가치 제값 올리기

증자가 현실적이란 지적도

케이뱅크는 기업공개를 통한 자본 확충이 최대 과제다. 당초 연내 기업공개를 목표로 했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고평가 논란을 뚫고 상장에 성공했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업종 투자 심리는 곤두박질쳤다.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는 해외 기업으로만 비교군을 꾸려 주가순자산비율(PBR) 7배라는 이례적인 배수를 적용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엄청난 유동성 잔치의 수혜자였을 뿐”이라며 “은행업은 결국 금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시중은행 소매금융사업부 기업가치인 5조~6조원 이상으로 상장을 추진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 봤다.

2021년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약 2조5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연 4~5% 수준 내부수익률(IRR)을 약속했다고 가정하면, 최소 PBR 2배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PBR은 2배 정도지만 이조차도 높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 은행업의 평균 PBR은 0.5배 정도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케이뱅크 자본총계는 약 1조8500억원이다. PBR 2배로 단순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4조원에 못 미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PBR 배수는 은행업 평균치인 PBR 0.4~0.5배와 카카오뱅크의 2배 사이로 수렴하게 될 것”이라며 “해외 기업으로 비교군을 꾸려 상장하더라도 시장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고 촌평했다.

사정이 이렇자 기업공개보다 증자를 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자본 확충 방안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케이뱅크가 PBR 2배를 적용받아 약 4조원에 상장하더라도 공모를 통해 손에 쥐는 자금은 7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은행업 경쟁력은 결국 자본력에서 판가름 난다. 안정적인 이자이익 기반을 마련하려면 지금보다 최소 수조원대 자본 확충이 요구된다. 상장을 통해 얻는 실익에 회의적인 시선이 따르는 이유다.

케이뱅크의 분산된 소유 구조도 상장 실익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렇지 않아도 케이뱅크는 주주 구성이 분산돼 있어 출범 이후 증자에 나설 때마다 잡음이 불거졌다. 무리해서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복잡한 현 주주 구성에 공모 투자자까지 유입된다면 속도감 있는 의사 결정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 자본 확충 난제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토스뱅크 역시 지속적인 자본 확충이 절실하지만 최대주주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당면 과제다.

당장 내년부터 토스뱅크에 적용되는 자본건전성 규제 체계가 바뀐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현재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의 특례법에 따라 신규 인가 3년 차인 올해까지 바젤I을 기준으로 건전성을 평가받는다. 내년부터는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바젤III가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총자본비율 10.5%, 기본자본비율 8.5%, 보통주자본비율 7% 이상 등의 세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결국 대출 여력을 지금보다 확대하고 바젤III 적용에 따른 자본비율을 맞추려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올 1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총자본비율은 12.7%다.

자본 확충이 절실하지만 지분 34%의 최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는 여력이 없다. 토스는 올 1분기 기준 매출액 3403억원, 영업손실 5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1분기 558억원보다 늘었다. 토스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725억원, 2021년 1796억원, 2022년 2472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 탓에 토스뱅크는 증자가 필요할 때마다 신규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하나카드가, 올해는 한국투자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 홈앤쇼핑 등이 새 주주로 합류했다. 업황이 좋을 때는 별 탈이 없겠지만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땐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자본 확충 과정에서 소유 구조가 지나치게 분산된다면 케이뱅크처럼 의사 결정의 비효율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낳는다. 재무적투자자(FI) 중심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익화가 불투명한 중장기 관점 성장 전략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평가손 우려가 여전한 유가증권 중심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도 갈급한 숙제다. 토스뱅크는 올 상반기 ‘뱅크런’으로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얼핏 그 구조가 비슷해 보여 ‘유동성 위기설’이 들불처럼 번졌다. 미국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에 투자한 SVB와 달리, 토스뱅크는 유가증권 자산 대부분이 국공채와 금융채로 이뤄져 있다. 이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SVB의 자산 구조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그렇다 해도 은행이 자산 대부분을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상기 잠재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리 급등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 평가손실이 나든, 충당금을 추가로 쌓든 재무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토스뱅크는 투자 채권 손익을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OCI)’으로 분류한다. 쉽게 말해, 보유 채권의 장부가(매입가)와 공정가치(시장가) 차이만큼을 손익으로 즉각 반영하라는 의미다. 이는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돼 은행 자산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토스뱅크 측은 “대출 규모가 성장하면서 수익성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재무건전성에 우려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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