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산업 내 경쟁력 SWOT 분석해보니...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8. 2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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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좋지만 대출 건전성 글쎄…
규제 완화는 기회·경쟁 심화는 부담

2017년 최초의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설립한 지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인터넷은행은 편의성과 기술력을 앞세워 질적, 양적으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비대면의 한계상 ‘큰손’인 기업 고객을 유치하지 못해 확장성이 떨어졌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증가하며 대출 연체율은 올라갔다. 핀테크 서비스를 강화한 기존 은행 반격도 매섭다. 산업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점검하고, 재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 강점

IT 기술력과 플랫폼 경쟁력

은행 산업 내에서 인터넷은행의 최고 강점은 IT 기술력과 플랫폼이다. 온라인 앱상에서 소비자를 모으려면 성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사용자가 모바일 앱을 사용할 때 편리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UI(User Interface) 디자인, 앱 실행 시 오류를 줄이고 처리 속도를 올려주는 ‘최적화’ 기술 등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

앱 성능은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 인터넷은행은 개발 역량이 기존 은행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회사에서 개발 조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3사 모두 회사 내에서 IT 인력 비율이 50%에 육박한다. 세 회사 모기업이 모두 IT 기업 기반인 덕분에 모바일 서비스와 관련해 상당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은 IT 인력 비중이 전체의 6.5%에 불과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영업을 중요시하다 보니, IT 인력을 뽑아놓고도 영업을 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발자들이 이점을 느끼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거대 플랫폼과 연계성이 뛰어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토스뱅크는 ‘토스’에 앱이 연동돼 있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1등 거래소인 업비트와 손을 잡았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빠르게 유입됐다. 덕분에 기존 은행보다 빠른 속도로 고객을 모았다. 올해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는 가입자 수가 2174만명을 넘어섰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900만명, 700만명을 돌파했다. 미래 주요 고객인 1020세대 사이에서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하나은행이 올해 6월 잘파세대(10대 중반~20대 초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8~9명은 시중은행을 통해 처음 금융 거래를 시작했으나 중고등학생은 10명 중 5명 정도만 시중은행에서 처음 거래를 시작했다. 10대 중 절반은 인터넷은행이나 카카오뱅크미니 같은 유스 앱(청소년용 금융 서비스 앱)을 이용했다.

(W) 약점

낮은 법인 고객 비중, 건전성 부담

강점만큼 약점도 명확하다. 개인 고객 대비 기업 금융 비중이 현저히 낮아 매출 확장성이 떨어진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규제로 건전성이 위협받는 점도 문제다.

편의성과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운 덕분에 개인 고객 비중은 높지만 법인 고객 거래는 공백에 가깝다. 은행 자산 규모가 커지려면 거래 단위가 큰 기업 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 문제는 인터넷은행이 기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 2조는 업무를 주로 전자금융거래 방법으로만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금융 거래는 직접 만나 진행되는 게 다반사다. 설계 자체가 기업 금융을 못하도록 막혀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보유 대출 잔액 50조5491억원 중 기업대출 비중은 4.6%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가계대출이다. 하나은행(55.7%), 국민은행(50.7%) 등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기업대출 비중이 현저히 떨어진다. 인터넷은행 3사는 필요 업무에 한해 대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가 크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 가운데 하나가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확대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매년 받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접근성 개선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대출 건전성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비중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1% 아래로 내려갔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2.2%로 치솟았다.

(O) 기회

해외 진출 시작, 색다른 서비스로 차별

불리한 여건에도, 인터넷은행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판단이다. 우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다. 인터넷은행 3사는 해외 진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선두 주자는 카카오뱅크다. 인구수가 많은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6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사 SCBX와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카카오뱅크와 SCBX는 컨소시엄을 구성, 태국 내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목표로 협력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추후 설립되는 가상은행 컨소시엄의 2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2대 주주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토스뱅크는 토스와 함께 베트남 시장 공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해 9월 부이 반 하이 베트남 은행감독원 금융기관안전감독국 부국장 등과 만남을 진행한 바 있다.

플랫폼을 활용한 다채로운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기존 은행권이 따라 하기 힘든 독특한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모은다. 케이뱅크는 KT와 연계해 법인 고객을 유치 중이다. 가게 매출 관리(스마트로), 상권 분석 서비스(KT잘나가게), 세금 환급액 조회(비즈넵) 서비스를 제공, 개인사업자 대출 수요를 늘렸다. 케이뱅크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950억원(2022년 말) → 3400억원(2023년 1분기) → 5300억원(2023년 2분기)으로 계속 증가 중이다.

(T) 위협

규제 강화 움직임, 경쟁 격화도 위협

인터넷은행업계의 재도약을 위해선 위협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은행 성장을 주도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향한 당국 기류가 심상찮다. 카카오뱅크 주담대 잔액은 2022년 말 13조296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7조3220억원으로 4조260억원(30.3%),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2조293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1조4070억원(61.4%) 각각 늘어났다.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공격적으로 영업, 판매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 중 하나로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꼽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은 상식에서 벗어난 DSR 우회, 과잉 대출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적 증가를 견인했던 주담대 상품이 규제로 판매가 까다로워지면 부담이 크다.

인터넷은행업 자체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특화은행(챌린저뱅크), 제4인터넷은행 등장설이 파다하다. 특화은행은 특정 고객층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전문 특화은행을 만들겠다고 나선 바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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