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인들의 위시리스트, 드디어 따오기를 만나다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따오기 |
ⓒ 이경호 |
1996년 새를 처음 보기 시작한 선배들 사이에선 위시리스트가 있었다. 나도 탐조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리스트를 정리했다. 많은 선배들과 내 위시리스트에 항상 올라온 새 중 하나가 따오기였다. 국내에서는 1979년부터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따오기를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인터넷에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 어렵게 구한 중국의 조류서적에서 따오기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기도 했다. 어려운 영어를 해석하며, 중국의 상황도 확인했다. '절멸위기에 처했던 따오기가 야생개체가 중국에서 확인됐고 중국은 일본에 인공증식을 위해 3쌍을 일본에게 제공했지만 일본은 모두 실패했고, 중국에서 번식이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공증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언젠가는 나도 따오기를 볼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여차하면 중국에 서식하고 있는 양현지방에 가서볼 생각도 했던 종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2008년 중국 국빈방문에서 따오기 두 개체를 국내에 선물로 받아 키우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랑저우와 루팅이라 불리는 따오기는 일반인은 볼 수 가 없었기에 인공증식이 성공하고 야생방사나 개방이 가능할 때를 기다려야만 했다.
다행히 국내에 인공증식이 성공해서 개체수가 많이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히 접했다. 인공증식에 실패했던 일본도 성공을 했다고 한다. 이제 인공증식을 통해 종 복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 따오기 복원센터에는 약 300개체의 따오기가 자라고 있다.
늘어난 개체 수 덕에 결국 2019년 우포에 따오기를 방생을 하게 된다. 방사된 따오기는 자연에서 반식도 성공했다. 종복원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국내에 서식범위도 넓어지고 있어 우포 인근이 아닌 강원도에서도 방생한 개체가 확인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필자는 한번도 따오기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 게으른 탓에 경남 창령으로 올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종이 이제 방생을 했기에 창령에 가면 볼 수 있다는 안도감도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창령 우포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우포를 한바퀴 돌아 보며 따오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방생한 개체수가 벌써 200마리 이상 방생하고 야생에 적응해 번식도 했기 때문에 한 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찾아다녔다.
그런데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의 노랫말처럼 보일 듯 한데 보이지 않았다. 백로들만 우포주변에 가득했다. 불안감이 몰려오던 시기에 토평천 옆 호포라는 곳에서 두 마리의 따오기를 발견했다. 다섯시가 다 돼서야 발견한 따오기가 어찌나 반갑던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핑크색의 따오기가 너무나 특이해 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사진과 그림으로만 보던 따오기를 실물을 영접한 것이다. 다리에 달려있는 링이 방생한 개체인 것을 확인해줬다.
▲ 우포 하늘을 나는 따오기 |
ⓒ 이경호 |
▲ 논과 논 사이에 길게 만들어 놓은 둠벙 |
ⓒ 이경호 |
우포인근 논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논과 논사이에 길게 둠벙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아마 따오기를 위해 조성한 것으로 짐작된다. 한두 군데가 아니라 대부분의 논에 조성된 둠벙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이를 먹이로 하는 다양한 생태계가 구성된다. 이 정점에 따오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인공증식만이 아닌 우포 주민들의 노력과 헌신이 지금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우포에 농부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야생방사가 가능했다고 본다. 이런 노력에 화답한 따오기는 이제 전국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필자가 살고 있는 대전에서도 확인할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대전에서 따오기를 만날나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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