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문 전 대통령의 등판... "국힘이 드디어 선을 넘었다"

박소희 2023. 8. 2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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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최측근 윤건영 민주당 의원 "총선용? 그럼 건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박소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현안을 두고 가급적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게 다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주장이 쏟아져도 침묵하거나 우회적으로 생각을 드러냈다. 그나마 '세게' 표현한 것은 지난해 연말 공개한 2023년 신년 연하장에서 "치유되지 않는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책임지지 않고 보듬어 주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이라며 에둘러 여권을 비판한 정도였다. 

그런데 24일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어민들과 수산업 관련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관련 기사 : 문 전 대통령, 하태경 때문에 한 마디..."정부 대응 아주 잘못" https://omn.kr/25cm8)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떤 연유인지 묻는 <오마이뉴스>에 "국민의힘이 오늘 드디어 선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이 신진서 9단의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올려 지지자들에게 비판받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문 전 대통령은 일본이 처리오염수 방류해도 한국 바다에는 영향이 사실상 없다는 걸 알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그동안 잘못된 걸 알면서도 대통령께선 여당이 하는 일이니 비판하기가 마땅치 않았다"며 "그런데 오늘 상황은 그 선의를 악용하는 데 이른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러 차례 "선을 넘었다"는 말을 써가며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새만금에서 열렸던 2023세계스카우트연맹 잼버리대회에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메시지로 '등판'하게 만든 것은 여권 책임이라고 했다. 이를 '총선용'이라고 하는 주장에는 "그러면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국힘, 전직 대통령 선의 악용... 말 안 할 도리 없다" 
   
- 문 전 대통령이 오늘(2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두고 명확히 "반대한다"고 했다. 나아가 "정부의 대응이 아주 잘못됐다"는 말까지 남겼다. 그간 현안에는 가급적 거리를 둬온 편이었는데.

"제가 볼 때는 국민의힘이 선을 넘은 것 같다. 그동안 잘못된 걸 알면서도 대통령께선 여당이 하는 일이니 비판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그건 누구나 알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오늘 상황은 그 선의를 악용하는 데 이른 것 아닌가. 선을 넘었다. (문 전 대통령의 자제를)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 악용한 것 아닌가. 다른 것과 좀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런 상황에선 말을 안 할 도리가 없다."

- 그간 많이 인내해왔다는 뜻인가.

"후쿠시마(오염수) 관련해서? 엄청 참은 것 아닌가? 저들은 맨날 문재인 정부 얘기하면서 정의용 장관이 어떻게 했다 얘기하고, 전임 정부 기조랑 (윤석열 정부랑) 똑같다고 물고 늘어진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에선 방류하지 말라고 막았던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가) 안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정부는 왜 그렇게 하는지... 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선을 넘었다."

- 지난 13일 문 전 대통령이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었다"고 했던 일도 의외였다.

"잼버리 문제는 사과에 더 방점이 찍혔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문재인 정부도 어쩔 도리가 없다. 반성하고 사과할 도리가 있다는 뜻이었다."

"총선용? 그러면 건드리지 말아야... 국정운영 ABC도 몰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최근 현안을 언급하는 까닭을 '내년 총선용'으로 풀이한다.

"그러면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 오히려 본인들이 자꾸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건드린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러다 오늘은 선을 넘었다."

- 한편 일본은 결국 오염수를 방류해버렸다. 국정 경험에 비춰볼 때, 향후 어떤 해법이 있을까. 국민들은 '진짜 손 쓸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 체념하고 걱정하고 있다.

"(현재 집권 세력은) 국정운영의 ABC도 모르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 안아야 국정운영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생긴다. 그래야 일본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레버리지를 갖고, (방류 개시 후 한국 정부가 2주에 한 번씩 일본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하되 우리 전문가가 현지에 없을 때는) 시료 채취한 데이터도 한 시간씩 받는 거고. 국정 운영의 측면에서 보면 그게 맞다. 일본이 옳다고 대변할 게 아니라. 설령 후쿠시마 문제와 관련해선 얻을 게 없더라도, 다른 걸 얻어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거나 실익을 얻었다고 생각하니까."

- 대중들이 제일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한국은 무엇을 얻었나'이긴 하다.

"얻는 것은 없고 퍼주는 것만 있으니까 안타깝다. 어떤 사람들은 '힘의 관계 속에서 일본이 하겠다고 하고, 미국이 동의해주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우리는 후쿠시마를 내줬지만 이걸 얻었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주는 것만 있으니까 (한국의 득실을 따졌을 때) 마이너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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