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 글 올리면 손해배상 청구…"출동 경찰 인건비 내라"
법무부가 우후죽순처럼 올라오는 인터넷상 무차별 ‘살인예고’ 글에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범죄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아닌 법 집행 당국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대응하겠다고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다.
법무부는 “살인예고에 따라 출동한 차량 유류비, 인력의 시간외 수당 등을 손해액으로 볼 수 있다”며 “경위와 동기, 실제 실행 의사, 행위자의 연령 등을 불문하고 (살인예고글은) 민사법상 불법행위”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배상청구 카드는 살인예고글이 계속되는 칼부림 사태와 맞물려 대중적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지만 현행법상 게시자들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꺼낸 궁여지책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그나마 살인예고글에 적용할 수 있는 건 협박죄인데 협박죄는 구성요건상 구체적인 인물들로 피해자가 특정돼야 성립한다”며 “다수의 외부활동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선 지금 법제상으론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112 허위신고에 대해 법원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살인예고글에도 같은 논리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 출동 등이 뒤따르지 않은 전화 욕설만으로도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창원지법은 2021년 6월 경찰 112에 331차례에 걸쳐 욕설 전화를 건 50대에게 590만 337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욕설전화를 받은 경찰관들의 1초당 급여와 1초당 야간근무수당을 근거로 삼아 총 욕설전화 시간을 곱해 손해액을 산정했다.
이와 별개로 법무부는 살인예고글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 개선책도 강구중이다. 불특정 다수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공포심을 야기하는 문언을 유포하거나 공공연하게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공중협박죄’와 대중교통이나 공중밀집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상해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장소 흉기소지죄’ 신설이 검토되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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