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부산 자갈치 시장 횟집…기업들 "우럭탕수육 튀기자"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수산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급등한 전기요금으로 인한 비용 증가, 공급 과잉이 겹친 상황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가 직격탄을 날린 격이다.
24일 완도군청과 현지 양식업자 등에 따르면 전국 전복 생산량(2만547t)의 75%를 차지하는 전남 완도에서, 생산량의 32%를 담당하는 노화도의 전체 675어가 가운데 약 20어가가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 평균 10억원가량 투자한 양식장이 절반 값에 급매로 나오기도 한다.
20년째 전복 양식을 해온 한 양식업자는 “전복 가격이 ㎏당 2만원 이하(20마리·산지 출하 기준)로 내려가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일부 업자는 대출금 이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충청도에서도 전복 양식을 시작해 공급이 많아졌고, 바다 수온이 상승해 관리가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복(중품) 도매가격은 17∼23일 ㎏당 2만9000원대다. 1년 전보다는 15.8% 저렴하고 최근 5년간 평년 가격(3만4460원)과 비교하면 17.6% 낮은 수준이다.
이날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 인근의 한 횟집은 점심시간임에도 단체 관광객을 맞는 2층은 아예 닫았다. 수산물 유통 업자 소모(50)씨는 “그동안 귀한 몸이었던 외국인 인력도 하나둘 공장이나 건설 현장으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25년 이상 제주에서 광어 양식을 하는 오모(55)씨도 “지난해 한 달 전기료가 2000만원이었는데 올해부터 2900만원으로 올랐다”며 “여기에다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면 1~2년 후 제주 광어 양식장 중 30%는 폐업할 것”이라며 우울해했다.
수산 업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당시에도 수산물 소비가 급감했고, 일본 정부가 오염수 유출 사실을 인정한 2013년에도 위기를 맞았다. 지난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소비자 5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4%가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해 이번에도 유사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일본이 30∼40년에 걸쳐 오염수를 방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수산물 소비 급감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제로페이·환급을 포함한 수산물 상생 할인 예산으로 640억원을 편성했는데, 추석 이후 예산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를 편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수산물 정부 비축 예산 1750억원, 민간 수매 지원 예산 1150억원도 운용 중이다. 또 한국무역협회와 만나 기업 단체급식에 수산물 공급 확대와 어촌 관광지 방문 장려, 기념품·명절에 수산물 사용 확대를 요청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수매‧비축‧소비 촉진을 모두 합쳐 3000억원 가까이 된다”며 “내년에는 2000억원 정도 늘려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수산업협동조합(수협)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방류로) 수산물 소비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수산업은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수산물 소비에 힘을 보태고 있다. HD현대는 이날 사내 급식에 수산물 메뉴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사내식당 86곳에서 우럭탕수육과 전복 반찬을 제공하는 식이다. 회사 측은 “하루 식수 인원이 5만5000명이라 연말까지 우럭·전복 추가 소비량이 100t에 이를 것이다. 지난달 출하된 우럭·전복의 6%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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