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빈 하면 술 우량예? 이젠 아닙니다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시장인 중국에서도 쓰촨성 청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쓰촨성 청두이어야 하는지 현지 취재(7월 29일~8월 10일)를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임병식 기자]
▲ CATL 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언덕에서 바라본 CATL 공장 전경. 사진에 보이는 규모의 공장단지가 주변에 6개 블럭에 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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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을 꼽으라면 단연 '이차전지(전기 자동차 배터리)'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이차전지 시장 규모를 2021년 550억 달러(71조5000억 원)에서 2030년 3547억 달러(461조 원)로 전망했다. 또 증권업계는 2025년이면 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테슬라와 손을 잡고 LFP전지(인산철)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은 삼원계 이차전지(NCM, NCMA, NCA)에서 독보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LNF, 에코프로, 포스코홀딩스는 대표 주자다. 일본 도요타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선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20일 전북 새만금과 포항, 울산, 청주 4곳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산자부는 2030년까지 민간과 함께 2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이차전지의 심장
쓰촨성 이빈(宜賓)시는 중국 이차전지 '심장'이다. 청두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이빈은 동력배터리 핵심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이빈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동력배터리대회(6월 8~14일)가 열렸다. 대회엔 게스트 1700명, 현장 3000명, 온라인 시청 2500만 명이 참여해 뜨거웠다.
▲ 삼강신구 이빈 톨게이트 부근에 위치한 삼강신구 신능원산업단지를 알리는 이정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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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위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CATL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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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빈IC를 빠져나오자마자 만나는 곳이 삼강신구(三江新區) 신능원산업단지. 조성된 지 6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100% 분양을 마쳤다. 신능원산업단지는 이차전지 산업단지로 특화했다. 왕복 10차로 공단대로 들어서면 내로라하는 이차전지 업체와 완성차업체가 줄지어 있다.
세계 1위 닝더시대(CATL)와 2위 비야디(BYD)를 비롯한 이차전지 업체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업체 리보신소재(LIBODE) 등 관련 기업이 밤낮을 밝히고 있다. 인접한 단지에는 전기자동차 완성차 업체가 들어섰다. 비야디(BYD)와 아이안(AION), 지리자동차, 테슬라 중국 등이다. CATL인재육성센터가 위치한 언덕에 오르면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CATL 공장 규모는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다. 이차전지 업체가 속속 들어서면서 이빈은 명실상부한 중국 동력배터리 수도로써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 삼성인재개발원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CATL 인재센터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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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의 힘... 시진핑의 이례적 방문
이빈이 이차전지 핵심 산업기지로 발돋움한 건 입지 덕분이다. 이빈은 쓰촨성과 윈난성, 구이저우, 충칭 4개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다. 이빈을 지나는 고속도로만 6개에 달하며 올 연말에는 청두~쿤밍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있다. 또 이빈은 양쯔강(揚子江)으로도 불리는 중국에서 가장 긴 창장(長江, 6300km)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공업용수와 전력 확보가 용이하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 화물선은 상하이까지 연결된다.
이빈은 애초 농향형 바이주(白酒) 우량예(五粮液)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우량예는 구이저우 마오타이와 함께 중국 명주 1, 2위를 앞 다툰다. 이빈시 재정 수입에서 우량예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70%에 달했다.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65~67%를 차지하고 있다. 이빈은 우량예 도시다. 그러나 이차전지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빈은 이제 명찰을 바꿔달아야 한다. 바이주 도시에서 이차전지 도시로 진화다.
▲ 대학성 표지판 이빈시는 신도시를 조성해 이곳에 이빈대학을 포함해 11개 대학 캠퍼스를 조성했다. 이곳에서 배출된 인력은 이차전지와 자동차 생산업체에 공급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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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촌과 같은 대학성은 이 같은 의지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대학성에는 이빈대학을 비롯해 쓰촨과학기술대학, 서남대학, 쓰촨이공대학 등 11개 대학이 몰려 있다. 이빈시는 쾌적한 공간에 대규모 캠퍼스를 조성하고 대학을 한곳으로 모았다. 이곳에서 이차전지와 자동차산업에 필요한 핵심 인력을 양성한다.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하는 산학연 클러스터 현장이다. 이제 첫발을 뗀 우리나라 이차전지 특화산업단지가 주목할 부분이다.
다음은 쓰촨성 이빈시 삼강신구 신능원산업단지에 소재한 리보신소재(LIBODE)유한공사 김종희 부사장과 일문일답. 리보신소재는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업체이며, 김 부사장은 삼성SDI 출신이다.
▲ 리바오신소재유한공사 삼강신구에 위치한 리튬이온 양극재를 생산하는 리보신소재유한공사. 공장 자동화로 이곳에서 모든 공정을 관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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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현지에서 본 이차전지 산업은 어떤가.
"한마디로 위기감을 느낀다. 2017년 리보신소재가 이곳에 올 때만해도 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그런데 5년 만에 100%가깝게 분양됐고, 세계 이차전지 1위 CATL과 2위 BYD 등이 둥지를 틀만큼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지방정부 지원도 파격적이다.
우리만 회사만 해도 이빈시에서 연구동을 지어주고 땅도 5년 무상 임대해줬다. 또 11개 대학을 단기간에 유치하고 산업 체인망을 구축하는 것을 보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따라잡기 어렵다."
- 리보신소재는 어떤 기업인가.
"이차전지에 필요한 양극재와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근로자는 1000여명 규모다. 공장 자동화, 전산화, 시스템화 등 대부분 무인 공정을 실현했다. 광저우에 있는 천원(天原) 그룹이 모기업이다. 내년에 6개 공장을 증설을 마치면 연간 양극재 생산규모는 12만 톤에 이른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IPO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다. 3년 연속 흑자 기업이기에 내년에 무난한 상장을 예상한다."
- 신능원산업단지에서 이차전지 산업 체인은 어떻게 구축됐나.
"우리 회사와 같은 기업에서 전구체와 양극재, 음극재를 생산해 CATL에 납품하면 CATL이나 BYD는 이를 가공해 이차전지를 만든다. 이곳에서 생산한 이차전지는 주변에 입주한 전기자동차 완성차업체가 사간다.
또 대학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공급한다. 이빈 시에서 이차전지 원료 가공, 중간재 생산, 완제품 생산, 그리고 전기자동차 생산까지 일관체제를 갖추고 있다. 연구와 생산, 인력 공급, 물류비 절감까지 가능한 산학연 클러스터다."
- 중국 이차전지와 한국 이차전지는 어떻게 차별화됐나.
"중국은 LFP인산철 이차전지 산업이 발달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비교하면 30%가량 싸다. 겨울철에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어 한국은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테슬라가 저가 전기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으면서 LFP 이차전지 비중이 크게 늘었다.
▲ 대학촌 풍경 11개 대학이 몰려 있는 대학성 인근 풍경.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음식점을 비롯한 편의 시설이 잘 구축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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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희 부사장 이빈시 삼강신구에 소재한 리보신재료유한공사 김종희 부사장(사진 왼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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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산업은 가공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새만금은 연해에 입지해 환경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새만금과 포항, 광양, 대구, 김천은 경쟁 관계에 있다. 배터리 원료를 만드는 전구체 70~80%는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광물 가공-전구체-양극재-밧데리로 이어지는 공급망 사슬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또 관련 산업인력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구체 생산은 3D업종이다. 전문대학 수준의 교육 과정을 설치하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영주권을 부여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인력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때문에 당분간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렵다. 새만금은 좋은 우회로다. 향후 5년 뒤부터는 LFP 폐 밧데리가 나온다. 폐 밧데리 재생에 필요한 산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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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임병식씨는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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