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2억 쪼개기 후원"…이재명 또다른 사법리스크 터지나
“이화영 부지사가 ‘첫날 후원금이 많이 모이면 모양새가 좋지 않겠냐’고 해서 (내 개인 돈을) 여러 명의 이름으로,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이 대표에게 후원금으로) 준 것 같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작심 발언을 했다. 2021년 9~10월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대표에게 임직원 등 여러 명의 이름을 빌려 이 대표에게 거액을 ‘쪼개기 후원’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개인 후원 한도(대선후보 경선 1인당 1000만원)를 회피하는 ‘쪼개기후원’은 기부한 사람이나 기부받은 정치인이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다(정치자금법 45조). 대개 이같은 후원에는 일정한 청탁이나 민원이 수반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확장되기도 했다. 지역사업가에 2500만원의 후원금을 쪼개받은 혐의가 문제돼 수사를 받았던 원유철 전 국민의힘 의원은 결국 이 혐의에 알선수재 등의 혐의가 추가되면서 2021년 7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4일 중앙일보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이재명 후원회 회계’ 자료를 파악한 결과 이 대표는 경선 기간 25억5366만원을 모금했다. 5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는 23명인데 김 전 회장은 물론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과 김세호 쌍방울 대표, 광림 사내이사 A씨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후원 최고 한도인 1000만원씩을 냈다. 김 전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외에도 10명이 넘는 쌍방울 임직원의 명의가 쪼개기 후원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쌍방울그룹 핵심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대선 경선 때는 물론 경기도지사 선거(2018년) 때도 상한액인 100만원에 맞춰 여럿이 후원하게 했다”며 “이 전 부지사의 부탁도 있었지만, 김 전 회장이 이 대표를 실제 지지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재판에서 “(후원금을) 넣었다고 하니까 아주 고맙다고. (이 대표의) 비서가 (고맙다고) 바로 전화왔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금을 낸 사실을 이 대표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법정에서 검사가 “쪼개기 후원은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자 “당시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몰랐는데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인지했다. 내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서 얘기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측근들을 연이어 쌍방울그룹과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영입한 사실과 이 대표 모친상 당시 부조금으로 100만원을 낸 사실 등도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개인적으로 만나진 못했지만 좋아했던 분인데 (대북송금 의혹 등이 제기되자) 나를 너무 이상한 사람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의금 100만원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김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는 새로운 사법리스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김 전 회장과 쌍방울 관계자들로 후원금 마련 및 전달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법 방해’ ‘재판·수사자료 유출’ 의혹 수사 속도
검찰은 이 대표 소환을 앞두고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재판·수사 자료 유출’ ‘사법 방해’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기록 유출 의혹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기록과 수사 자료가 이 대표의 SNS와 민주당 기자회견문 등에 활용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이 자료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현근택 변호사가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손진욱) 현 변호사를 형사소송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달 불러 조사했다. 지난 18일엔 현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민주당 박찬대 의원과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인 이우일 민주당 용인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만난 뒤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공전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후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모씨가 남편의 변호를 담당했던 법무법인 해광의 서민석 변호사 등에게 해임 통보를 하고 변호사들이 잇달아 사임하면서 재판이 파행됐다. 이 직무대행은 박 의원과 백씨의 전화통화를 연결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재판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증거인멸 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이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최근 이 직무대행을 이 전 부지사와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몇 차례 조사하면서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캐물었다고 한다.
검찰은 박 의원과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에게도 소환을 통보했다. 박 의원은 최근 인터뷰 등에서 “이 직무대행이 전화를 바꿔줘 이 전 부지사의 부인과 통화한 적은 있지만, 회유·압박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천 의원 소환은 이 전 부지사의 최측근인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구속 기소)에게 민주당 관계자가 도지사 방북 관련 공문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조사하기 위해서다.
한편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한 검찰은 오는 30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이 대표가 “다음 주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면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출석하면 ‘쪼개기 후원금’ ‘재판·수사자료 유출 의혹’ ‘사법 방해 의혹’ 등에 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최모란·손성배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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