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인사·정치편향’ 논란의 대법원… 큰 폭 인적 변화 관측
<下> 편향 꼬리표 따라다닌 대법원
특정 단체 출신 법관 중용
“대법이 사실상 입법행위” 비판도 下>
김명수 대법원장은 6년의 임기 내내 ‘코드 인사’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극복을 과제로 안고 출발했지만, 자신과 가까운 특정 단체 출신 법관들을 중용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사법부 전체 역량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건 판결을 넘어 사실상 입법행위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속에 취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법원행정처 출신의 엘리트 법관들이 무더기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 문을 열고 수사에 협조했다. 수십명의 법관들이 검찰에 불려갔고,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10여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기소됐다. 이는 기존 사법부 리더십의 공백 상태로 이어졌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법관들로 빈자리를 채웠다. 임기 중 13명의 대법관을 임명제청했는데, 현 정부 들어 임명된 3명을 제외하고 대법관 10명 중 과반인 6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을 지냈고, 김상환·오경미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젠더법연구회 출신 민유숙 대법관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법원 안팎에서는 노동·젠더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이념적 뚜렷함이 대법관 지명 기준이 됐다는 한탄도 나왔다. 하급심 판사들 사이에서는 “특정 대법관들은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면 사실상 재판연구관이 판결을 내리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연히 대법원 판결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대법원 판결을 두고 ‘소수자·약자 편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대법원이 사실상의 정치 행위를 하려 한다는 비판도 따랐다. ‘노란봉투법’ 닮은꼴로 주목받았던 현대차 불법파업 손해배상 소송 사건의 경우 애초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심리가 진행 중이었지만, 지난 6월 돌연 소부로 보내 판결을 내렸다. 결과는 “기업이 파업 참여 노조원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노조원 각자 가담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 친화적 판결이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여야가 부딪히고 있는 입법 관련 사안을 대법원이 특정 이념에 기반해 먼저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정치 행위”라며 “정치와 사법의 역할은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도 법조문의 한계를 뛰어넘는 해석이라는 평가가 제기된 바 있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당시 반대의견에서 “다수의견은 법을 해석하지 않고 스스로 창조하고 있다. 완벽한 법체계를 애써 무시하며 입법과 사법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했다.
전원합의체는 2020년 7월 친형을 강제입원시킨 적이 없다는 선거 토론회 발언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에서 무죄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판결에서 ‘무죄 의견’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권순일 전 대법관은 이후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법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 대법관 9명을 임명제청한다. 내년에만 6명이 교체된다. ‘정통 법관’으로 엄격한 법리 해석을 중시하는 이균용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오르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인적 구성에도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변화보다 안정, 기존 체제 유지, 법리에 충실한 재판 등이 이후 대법관 지명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법관들로 사법부 수뇌부가 채워지는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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