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객 끊긴 日수산시장… “안전하다지만 찝찝해”
방류 시작되자 상인들 깊은 탄식
오나하마항서 자체 방사능 검사 하기도
24일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약 50㎞ 거리에 있는 이와키시 오나하마항. 이곳 수산시장에서 21년째 가게를 운영했다는 사토 요스케(72)씨는 이날 기자에게 “정부 차원에서 매일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걸 머리로는 받아들여도 왠지 모를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후쿠시마현에서 가장 큰 이 수산시장은 점심 장사로 한창 바빠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는 도쿄전력의 발표가 TV 뉴스로 전해지자 몇몇 상인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어민 야나기 가즈마사(62)씨는 “외국 관광객을 보면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눈앞에서 회를 떠 먹기도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는 어민도 있었다. 수산업자 사이토 지로(64)씨는 “중국인들이 온갖 괴담을 퍼뜨려 전 세계가 후쿠시마 수산물에 주목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에 돌아가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이와키시 주민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8일 후쿠시마 지방법원에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양 방류를 승인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해양방출계획’과 ‘설비의 사용 전 검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오염수 방류 반대 활동과 별개로 어민들은 수산물의 안전성을 인정받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날 오나하마항 인근 이와키시 세슘 검사기지에서는 어획물 표본을 검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선 최신형 방사능 정밀검사장비로 유통되는 어획물을 어종별로 채취해 세슘 등 핵종 물질이 기준치를 넘기는지 검사를 진행한다.
일본 정부가 공인하는 검사기지는 이곳과 후쿠시마현 소마시에 두 곳이 있다. 이와키시 검사기지에선 중앙 정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당 50베크렐(Bq)을 넘으면 출하하지 않는다.
기자가 방호 장비를 착용하고 참관한 8개 어종의 방사성 물질 점검 결과 모두 ‘불검출’이 나왔다. 오나하마어업협동조합 관할부 마에다 하야시 부장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검사 기기를 최근 4대에서 6대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지역사회에서는 처리 방식이 결정된 이상 하루라도 빨리 방류하는 게 최선이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신문호 후쿠시마대 식품농업과학부 교수는 “만일 또 한 번 큰 지진과 해일이 와 탱크 오염수가 바다에 떠내려가면 매우 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어민들과 달리 상당수 일본 시민은 오염수 방류에 무관심한 분위기다. 도쿄 최대 수산물 도매시장인 주오구의 츠키지 시장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후쿠시마산이라면 찝찝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국내산’으로 표기된 경우가 많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방류 직후 원전 앞바다에서 채취한 표본의 삼중수소 농도 측정 결과를 이르면 27일 공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사고 원자로를 이르면 2041년, 늦어도 2051년까지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염수 약 134만t이 1000여개 대형 탱크에 들어있는데 지하수와 빗물의 유입으로 오염수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방류 계획은 예정대로라면 30년 안에 종료돼야 하지만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오는 31일 후쿠시마현 소마시에 방문해 현지 생선을 먹고 미국의 지지를 공식 표명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오염수 방류 과정은 매우 투명하며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이날 “후쿠시마 소마산 재료를 넣은 된장국을 거의 매일 점심으로 먹고 있다. 매일 수산물 데이터를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키시=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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