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담화 직접 고친 한총리 "최대 위협은 정치적 허위선동"
한덕수 국무총리는 24일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해 30여년간 계속될 방류 과정에서도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정보를 공개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따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한 총리는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가 완화 또는 해제돼 식탁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일은 단연코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만에 하나의 문제 가능성까지 고려해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지금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는)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 세계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지금 우리 국민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선동이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담화를 마무리하며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를 믿고, 과학을 믿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제2의 태평양 전쟁’이자 ‘환경 재앙’이라 주장하고 있다.
한 총리의 대국민 담화 발표 후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국무총리가 국민의 불안은 근거 없는 선동 때문이라고 매도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할 방사능 오염수 투기를 묵인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본과 공범”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날 한 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예고에 없었다. 애초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일본 오염수 관련 정부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이날 오전 한 총리가 직접 나서는 것으로 변경됐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덜어야 한다는 한 총리의 의지가 작용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도 고려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리실 등에 따르면 한 총리는 담화문 준비 과정에서 “막연히 국민에게 안심하라고 말해선 안 된다”며 “과학에 근거한 정부의 구체적 대응 조치를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 직전까지 한 총리가 직접 표현 하나하나를 다듬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국민 담화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후쿠시마 현지사무소 한국 전문가 파견 ▶한·일 정부 간 오염수 핫라인 구축 및 최신정보 공유 ▶일본 인근 공해상 8개 정점 모니터링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유지 ▶역대 최대규모의 수산물 활성화 예산 지원 등의 조치가 담겼다.
한 총리는 정부의 대응을 상세히 설명한 뒤 “이제 중요한 것은 일본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철저하게 과학적 기준을 지키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 요구 사항도 밝혔다.
그럼에도 이날 한 총리의 담화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지금 우리 국민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이라 정의한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 선동’을 언급한 대목이었다. 오염수 관련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을 직접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우리 바다가 오염될 거라는 근거 없는 선동으로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혼란케 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하고 촛불 집회 등 대규모 시위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총괄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통화에서 “오염수를 바다에 희석시키면 안전하다는 것이 바로 가짜뉴스”라며 “일본에 방류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박태인·정용환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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